도대체 어떻게 해야 정제된 말하기를 할 수 있을까

by 랭크작가

오늘 중요한 통화를 끝내고 스스로 꽤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해야할 말이 다 전달됐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상대도 이해한 것 같고, 분위기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나름 괜찮은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연히 그 통화를 녹음으로 다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순간 약간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감정이 많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말의 내용은 크게 틀리지 않았는데 말의 온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설명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는 미묘한 억울함이 묻어 있었고, 논리라고 생각했던 문장에는 감정이 조금씩 끼어 있었다. 듣는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약간 낯이 부끄러웠다. 나는 꽤 차분하게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순간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머릿속에서는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 목소리에는 감정이 생각보다 많이 묻어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유난히 정제되어 보인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도 감정이 튀어나오지 않고, 문장이 깔끔하고, 듣는 사람이 피곤하지 않다. 그런 화법을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형 화법이라는 것이 있다. 말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말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방식이다. ‘어음’, ‘아 그그’ 같은 뜸들이기가 많고, 말끝이 흐려지고, 문장은 마침표 없이 쉼표처럼 이어진다. 두괄식으로 딱 정리하기보다는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말이 따라가고, 화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바뀐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말한다고 느끼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장이 언제 끝나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화법은 종종 말이 길게 느껴지고, 언제 끝날지 몰라 집중이 흐트러진다. 하지만 이것이 센스 없는 화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구조 없는 화법’에 가깝다. 이미 자연스럽게 말하고, 긴장 없이 이야기하고, 생각을 계속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구조만 잡히면 더 좋은 화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건 이런 화법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생각이 많고 연결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말이 쉼표처럼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두괄식 훈련이 아니라 다른 연습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 사이에 마침표를 놓는 연습, 말하자면 ‘마침표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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