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안보인다

by 랭크작가

경주마가 달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앞만 보고 전력으로 달리는 경주마 옆으로 낙타 한 마리가 천천히 지나간다고 해도, 아마 경주마는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시야도 좁고 속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옆에서 무슨 속도로 누가 지나가는지 알아차릴 여유가 없다.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속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숨 가쁘게 달리며 하루를 버티고 있고, 누군가는 조금 천천히 자기 속도로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서로의 속도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관계가 만들어지다 보니 종종 오해가 생긴다.


빠르게 사는 사람은 느린 사람을 보며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왜 저렇게 느리게 사는지, 왜 저렇게 여유롭게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천천히 사는 사람은 빠르게 달리는 사람을 보며 차갑다고 느낄 수도 있다. 왜 저렇게 바쁘게만 사는지, 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지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둘 사이에는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속도의 차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 말이다. 문제는 사회와 관계 속에서 이 차이를 너무 쉽게 누군가의 잘못으로 규정해버린다는 데 있다. ‘저 사람은 너무 이기적이다’, ‘저 사람은 너무 성의 없다’ 같은 말들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서운함이 생긴다. 내가 기대했던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보며 마음이 상한다. 그러다 보면 관계는 점점 단순해진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판단하게 되고, 결국 거리를 두게 된다. 요즘은 특히 손절이라는 말도 너무 쉽게 쓰인다. 관계가 조금만 어긋나도 사람을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예전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관계를 끊어내는 선택이 훨씬 가볍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경주마와 낙타가 서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상대가 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르게 사는 이유는 대개 의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속도가 다르기 때문일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떤 관계의 어긋남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서로의 속도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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