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사람에게만 친절하니?

by 랭크작가

나는 밖에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는 사회적인 태도도 있고, 조금은 가식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모습을 유독 서운해했다. “왜 남들한테는 그렇게 잘하면서 가족한테는 그러냐”는 말을 종종 했다. 물론 가족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감정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엄마를 보면서 내가 가장 슬펐던 순간은, 내가 아직 스물 세살이었을 때였다. 엄마가 아픈 날이었는데 나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그 일을 두고 엄마는 나를 꽤 강하게 비판했다. 가족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밖에서 그런 일을 할 상황이냐고.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식어버리는 느낌이 있었다. 누군가를 돕고 온 일이 왜 비난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왜 엄마의 삶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처럼 평가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를 딸이라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엄마의 기분과 처지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고, 때로는 비난이 되었고, 때로는 판단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버거워졌다. 엄마의 삶은 엄마의 것이고, 내 삶은 내 삶이라는 당연한 문장이 그 관계 안에서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완벽하지 않다. 가족에게 더 편하게 대하는 부분도 있고, 때로는 바깥사람에게 더 예의 있게 행동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삶을 대신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각자의 삶의 경계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엄마를 생각할 때 복잡한 감정이 남는다. 사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데, 예전처럼 자연스럽지도 않다. 이해하려고 하면 버거워지고, 거리를 두려고 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이런 어딘가 애매한 지점을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를 미워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랑할 수도 없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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