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엄마라는 대상은 원래 미워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보호받고 싶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서로를 잘 이해하고 조금만 더 따뜻했더라면, 우리는 아마 지금보다 훨씬 성숙하고 단단한 관계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에게서 마음이 멀어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서운함이 아니라, 어떤 가능성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에 가깝다.
그래서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감정은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하나의 결계처럼 남는다. 미워한다고 말하기에도 어딘가 찝찝하고, 그렇다고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럼 그냥 다시 좋아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그렇게 의지로 되돌릴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이미 쌓인 상처와 실망이 조용히 마음의 자리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하기에도 쉽지 않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내 안에는 여전히 엄마를 향해 사랑을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논리나 관계의 효율로 정리되는 대상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애정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엄마를 사랑하고 싶었던 마음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완전히 끊어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사람은 가끔 숨이 막히듯 답답해진다. 엄마를 향한 마음은 그렇게, 끝까지 단순해지지 않는 감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