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역전에 대한 짧은 연재 시리즈
엄마를 이해하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예민했는지,
왜 늘 내 선택에 불안해했는지,
왜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는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어른이 된 나는, 엄마가 겪은 가난과 결혼,
그리고 외로움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세대의 여성으로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알게 되면서
한동안 엄마가 불쌍했다.
그래서 더 참았다.
엄마의 말에 상처받아도,
그녀가 내 삶에 개입해도,
“엄마도 그럴 수 있지”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건 이해가 아니라 자기 억제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내 안을 갉아먹고 있었다.
엄마를 이해할수록,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다.
그녀의 상처를 감싸느라
내 상처를 방치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다르게 사랑하고 싶다.
이해가 아니라 거리두기 안에서의 연민으로.
엄마가 내게 미성숙했듯,
나도 누군가에게 미성숙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엄마를 용서한다는 말보다,
"엄마와 나, 각자의 인생을 허락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사랑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