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긴 안물안궁 이야기
모두가 알겠지만, 두 인물은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이다. 무명배우였던 지예은은 스타덤에 올라서 런닝맨에 나왔고, 특전사 출신이었던 덱스는 나는솔로에 나와서 이제는 어딜가나 불러주는 mc, 혹은 게스트가 되었다. 그런데 이들은 벌써부터 재미가 없고, 번아웃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남들이 볼때는 성공신화인데, 왜 복에 겨운 소리를 하는걸까.
1. 남들의 시선과 급격한 인지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빠르게 주목받아 자리잡다보니, 그만큼 “계속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내면에 완벽주의적인 채찍이 스스로를 검열해서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또 부족하다고 욕먹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내면을 다소 고갈시켰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내가 지금 관심받고 있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라든지, 인간적인 모습, 나의 본모습 등을 숨겨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강박도 있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떴다기보단 일약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같다.
2. 고난이라는 시간이 인풋(input)이라면, 인풋이 충분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연예인, mc, 개그맨, 가수들은 유재석을 부러워한다. 유재석이 동경의 끝에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거의 왠만한 사람들이 아는 유재석의 긴 무명시절, 힘들었던 과거 시절은 그 시절 자체가 길었다. 그 긴 시간, 암흑같은 긴 터널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과 생각들과 마주했을까. 고난과 비극, 눈물과 시련, 절망과 아픔, 모멸감까지. 많은 것들이 뒤덮었지만, 버텨낸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유재석한테만 있다는게 아니고, 그게 유재석의 성공비결이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매우 길었던 사람과, 그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사람이 한정된 '기회'에 대해 임할 수 있는 진심이 비슷할 수가 있을까? 정신력의 문제이기 전에, 정말 물리적인 힘의 차이이다.
3. 요즘 청년들만의 우울과 스트레스가 있다. 나는 옛 시절의 20대 청년들이 지금 청년들보다 더 빡세게 살았고, 더 성숙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는 세상의 단순함이 주는 매직이 있었다. 그게 그 시절 젊은이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지였다. 지금은 취업난에, 결혼과 육아도 포기하고 싶은 세대, 또 스스로 AI 활용이나 백엔드 구사로 스스로 기회를 창출하거나, 강의팔이로 책을 내는 사람들도 파다한 상황에 자기 자신은 왜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지 시키지도 않은 자책을 해야하는 강제 정보 노출 시대이다. 그들도 그 안에서 자란 평범한 청년들임을 간과할 순 없다.
4. 뱀의 머리에서 용의 꼬리로. 덱스와 지예은에게 지금 활동해서 들어오는, 과거에는 만져보지도 못했던 짭짤한 수입이 대중들 입장에선 능력대비 큰 소득이라고 보여질 것이다. 하지만, 평생 연예인을 할거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에서 그들에게 그 수입은 'so what?' 처럼 느껴질 것 같다. 차라리 금액이 직장인 월급밖에 안되면, 와 이거 언제 다 모으나 티끌모아 태산이네 하고 열심히 할 것이다. 아니면, 이미 톱스타에 오른 태연이나 키처럼 아파트, 건물 살거 다 사놓고 활동하는 거라면 엑싯을 하든지, 아님 이제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이의 어디엔가 있는 너무 큰 애매한 금액이라 문제인 것 같다. 당장 빌딩은 못사는데, 주변에 다 빌딩한 채 있는 성공한 연예인들이 태반이니, 그들의 수입이 스스로에게 그닥 대단히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내가 연예인으로 성공했는데, 주변에 일반인 친구들밖에 없으면 당연히 항상 으스대는 환경이 주어질 것이다. 그게 좋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존감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한다고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이룬 연예계 동료들 사이에 있다면, 안느껴도 될 박탈감과 비교를 통해 스스로 낮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그들의 번아웃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구의 팬도 아니며, 연예인 옹호도 안한다. 다만, 요즘 청년들에 빗대어 '저 정도 성공하고, 인지도 있고, 돈도 버는데, 왜그럴까?' 하는 생각에 대해 스스로 납득되는 이유를 정리해보고, 공유하고 싶어서 쓰게 되었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