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과 평온 사이에서

완벽한 초점을 추구하던 나에게

by 랭크작가

나는 엄청 정교한 렌즈 같은 사람이다. 블루스크린 기능도 있고, 세상을 깊이 읽어내는 성능도 좋은데 문제는 도수가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을 그대로 보기보다, 과하게 확대하거나 왜곡해서 본다. 특히 나 자신과 관계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작은 불편도 의미로 해석하고, 사소한 어긋남도 나를 부정하는 신호처럼 받아들인다.


상처받을까 봐 방어기제는 아주 크지만, 내재된 밝음도 커서 사람들 사이에 잘 섞인다. 웃고 맞추고 어울리다가도 어느 순간 미워지고, 혼자 빠져나와 나만의 세계에서 모든 걸 해석한다. 그 과정 끝에 남는 건 불평이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불평,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평. 하지만 사실 불평의 정체는 평온에 대한 과한 집착이었다.


나는 불평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온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나를 고정해왔던 것이다. 이 렌즈로는 조금만 흐트러져도 견딜 수 없었고, 그래서 점점 고립되었다. 삶이 팍팍해진 이유는 세상이 거칠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너무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렌즈의 도수를 조금 느슨하게 조정해본다. 오늘의 선택이 나를 전부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불편한 장면 하나가 내 인생의 결론은 아니라고. 불평과 평온 사이에서, 나는 이제 완벽한 초점 대신 흔들려도 괜찮은 시야를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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