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의 유예가 습관이 돼버린 나에게

by 랭크작가

엄마의 시간은 항상 미래에 묶여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은 늘 임시적이었고, 조금 더 나아진 삶에 닿기 전까지는 진짜 행복을 누리면 안 되는 것처럼, 당장의 평온이나 작은 기쁨은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처럼 살았다. 좋은 집에 살게 되면, 경제적으로 완벽해지면, 부족함이 전혀 없는 이상적인 그림에 도착하면 그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믿음은 현실을 더 단단히 붙잡아주는 약속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유예처럼 작동했다. 행복을 ‘나중’에만 둘수록 ‘지금’은 자동으로 희석되었다.


돌이켜보면 감사하고 행복해야 했던 순간들이 사실 훨씬 많았다. 먹을 것이 있었고, 웃을 일이 있었고, 서로 기대며 이겨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것을 ‘행복의 재료’로 보지 않았다. 지금은 과정이고, 나중이 결과라는 단순한 사고방식 속에서 현재는 늘 불완전한 상태로 취급됐다. 그래서 삶이 조금도 반짝이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 반짝임을 발견하기에는 엄마의 시선이 너무 멀리 있었는지도 모른다.


행복은 조건이 갖춰지면 오는 어떤 요건 충족형 보상이 아니라, 순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생긴다는 것을 엄마를 보며 배웠다. 미래가 다 완성된 상태에서 행복을 시작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결국 평생 ‘행복은 아직’이라는 세계 속에 머무르게 된다. 이제 나는 그 방식이 얼마나 아쉽고, 얼마나 큰 손실이었는지 안다. 삶은 언제나 현재로만 존재하는데, 엄마는 그 현재를 거의 살아내지 못했다. 미래를 향해 달리는 동안, 실제 삶은 뒤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 결과 엄마의 행복은 늘 조금 부족했고, 늘 조금 늦었고, 늘 조금 앞날에 가 있었다.


나는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행복이 언제 오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행복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어.” 흐르고 있는 이 시간 자체를 내 삶의 중심으로 두고 싶다. 그러면 행복은 미래의 어떤 조건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이 내가 엄마에게서 배운 가장 역설적인 선물이고, 앞으로의 삶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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