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어도 무너지는 날이 있다

혹시 오늘 울고 싶으신가요?

by 랭크작가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바닥으로 꺼지는 날이 있다. 특별히 잘못된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기억도 선명하지 않은데 숨이 무겁고 생각이 늘어진다. 이유를 찾으려고 하루를 되짚어 보지만 딱 집히는 장면은 없다.


우울은 항상 큰 사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있다가 어느 날 동시에 반응한다.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일을 앞당겨 걱정하게 만들고 걱정은 오늘의 에너지를 미리 소모시킨다. 그렇게 이미 지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별일 없는 날에도 무너질 수 있다.


이럴 때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왜 이 정도도 못 버티냐고 묻는 질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무너짐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과부하의 결과다. 충분히 버텨온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반응이기도 하다. 오늘은 자책하지도 칭찬하지도 말자. 우울한 나를 받아들여주자.


괜찮다는 말은 감정을 무시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늘 하루는 무너져도 된다는 허락에 가깝다. 모든 감정에는 설명될 의무가 없고 모든 우울에는 즉각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겹쳤을 뿐이라는 이해만으로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오늘 하루가 나의 전부는 아니다. 오늘 주저앉았다고 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괜찮다. 이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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