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오늘을 겨우 넘기듯 살 때.
그때의 감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외롭다.
세상에서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다들 각자의 레일 위를 달리고 있는데
나만 플랫폼에 멈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목표를 세우고, 할 일을 쪼개고, 새벽을 조금 앞당긴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도 스스로에게 건네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열심히 사는 사람’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허무하다.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며 하루를 끝냈는데
기쁨보다는 공백이 남는다.
이렇게까지 애썼는데, 그래서 뭐가 달라졌지?
질문이 조용히 따라온다.
열심히 살면 행복할 줄 알았다.
최소한 덜 불안할 줄은 알았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삶은
종종 ‘의미’보다 ‘관리’에 가깝다.
나를 돌보기보다는, 나를 유지하기 위한 분투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양쪽에서 흔들린다.
열심히 안 살면 외롭고,
열심히 살면 허무하다.
어쩌면 이 둘 중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극단으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순간까지 죄책감을 느끼고,
열심히 살면서도 쉬지 못하는 이유를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몰아붙인다.
그 사이에서 삶은 점점 얇아진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열심히 사는 것과, 나를 잃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바쁘게 살 필요도 없고,
허무함을 없애기 위해 더 큰 목표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보다는,
왜 이렇게까지 애쓰는지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 게 필요하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날,
열심히 살면서도 허무하지 않은 날.
그 날은 아마
조금 덜 증명하고, 조금 더 느끼는 하루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는 조금은 숨이 남는 방향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