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대화 vs 나와의 대화

by 랭크작가

나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수다를 떨고 노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다 보면 생각이 많이 생겼다. 나에 대한 인사이트도 늘어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나야 생각이 트이고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막힌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믿음이 완전히 맞지는 않았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시간에 가까웠다. 말이 오가고 질문이 튀어나오는 과정에서 내 안에 있던 생각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생각은 타인에게서 생기지 않는다. 타인은 계기일 뿐이고 질문을 던져주는 장치일 뿐이다. 결국 그 질문에 반응하는 건 언제나 나다. 그래서 인사이트는 언제나 나와의 대화에서만 완성된다. 타인의 말은 방향을 비춰줄 수는 있어도 내용을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과 있을 때 생각이 더 잘 흘러나왔던 이유는 혼자서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묵을 견디기보다 소음 속에 나를 숨겼고 타인의 말에 기대어 내 생각을 간접적으로 꺼내왔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서만 생각이 생긴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낀다. 사람과의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게 아니라 질문이 남았다. 그 질문을 다시 나에게 돌려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결국 나에 대한 통찰은 나와의 대화에서만 찾아진다. 그걸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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