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키우는 중입니다 中
부지런한 엄마 밑에 대개 부지런한 딸이 나오고, 게으른 엄마 밑에 게으른 딸이 나온다.
나는 엄마를 닮아 게으르지만 다소 조급한 면이 있다. 엄마는 예전부터 게으르다기엔 어딘가 욕심이 많았고, 부지런하다기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하지 않았다. 게으른데 욕심있다는 것은, 늦잠은 자지만 꾸미는 데에 드는 시간은 많이 소요되어 지각을 하는 편이었다.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은, 루틴한 집안일이 아닌, 항상 닥치거나 몰아서하는 조금 정신없는 집안일로 굴러갔다. 엄마라고 완벽하라는 법이 있는가. 평범한 엄마들은 대체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 욕심많고 조급해하고 여유가 없는 게으름은 본인 뿐 아니라 보고 자란 자식에게 굳이 안좋은 루틴을 물려주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본질적으로는 엄마의 문제는 게으른 것이다. 인과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욕심많고, 조급하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게을러서 조금 더 눕고, 조금 더 늦고, 조금 더 쉬고, 조금 더 계획하지 않으니, 남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것들 해야 할 것들이 정리되지 않고 혼란이 뒤범벅이 된다. 그래서 엄마는 모든 행동이 급했다. 항상 늦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래서 어딜 급하게 가고, 뭘 잘 흘리고, 또 그것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쓰곤 했다. 또한 조그만 기다림에도 여유가 없고 금방 분노했다. 주어진 남은 자유시간은 우선순위에 따라 똑똑하게 쓰이는게 아니라, 줄어들지 않는 욕심들이 정처없이 떠돌다가 소멸될 뿐이었다.
요새는 비슷한 개념으로 '게으른 완벽주의'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이나 목표는 많은데, 정말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시작조차 못하는 것. 왜그럴까 했더니 예전에 비해 지금은 유혹거리도, 도전할 거리도 (예를 들면 갓생, 미라클모닝) 더 많고, 더 많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애초에 보지도 않았으면 몰랐을 완벽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혹은 투자로 돈을 잘버는, 부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정도는 해야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첫단추가 꿰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병 같다. 내 삶도 어느정도 게으른 완벽주의가 있다. 원인으로는 엄마가 만들어준 구멍으로 일부 들어온 것에, 내가 끊어내지 못하고 스스로도 게으름의 유혹에 지배된 두 가지의 콜라보레이션일 것이다.
하루 안에 봐야할 것, 배워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참고할 것, 사야할 것, 기록해야할 것, 정리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 혼란함을 이겨내기란 참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강제성있는 학원을 다니거나, 아님 회사를 다녀서 그런 것들에 신경쓸 여력도 없는게 더 안정적일 수도 있다. 아님 저 많은 것들이 내가 해야할 부분이 아니며, 내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면 상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계속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 더 나은 방법 등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끔은 내가 메모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 행동이 스스로가 봐도 조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문제는 그런다고 정보가 하나라도 더 들어오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욕심을 다스리는 법을 잘못배워서, 게으름을 다스릴 수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아직 부족하고 더 교정해나가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