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하기는 왜이렇게 어려울까?

엄마를 키우는 중입니다 中

by 랭크작가

고등학생 때 엄마와 내 방 가구를 보러 가구매장에 들렀다. 가구들을 보는데, 금액이 내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하지만, 주변에 다른 매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 때문에 사러 온 상황이라 섣불리 다른 데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는 내 반응이 이상하자, 왜 마음에 안드냐고 했다. 마음에 안드는 것은 없었다. 다 너무나 완벽했지만, 정말 비쌌을 뿐이다. 우리 형편에 못 살 것도 아니지만, 우리 형편에 굳이 무리하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옆에 보디가드처럼 따라다니는 매장 직원 앞에서 금액이 비싸서 고민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직 학생이고 어려서, 패기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가 망설이는 이유를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물쭈물거리고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나는 엄마한테 호되게 혼나고, 그 가구도 들이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부모님 지갑걱정해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내 '당황스러움', '불편함'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엄마, 비싸요. 다른 데도 둘러봐요. 고민하다가 다시 와요라고 하기엔 직원이 있어서 부끄럽고, 옆에서 엄마에게만 이유를 살짝 얘기하기엔 엄마는 무서운 눈을 하고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움'과 '불편함'을 표현하는게 왜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바로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많이 해본 것을 잘 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정부리는 사람은 누구보다 투정을 잘 부리고, 칭찬을 많이해본 사람은 누구보다 칭찬을 잘한다.


내 당황스러움과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으며 자랐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굳이 부모를 힘들게 하기 싫어서 속으로 삭이거나, 얘기해도 통하지가 않았거나, 얘기 했을때 돌아오는 반응이 무심했거나 등의 이유말이다. 결국 솔직하게 말할 자신감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부모가 불평 불만에 대한 피드백을 냉랭하게 하여 자식이 그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화가 많은 부모 밑에서 소심하거나 비뚫어진 자녀가 있을 수 있다.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부모는 그 순간의 불편함을 매우 거북해한다. 사는게 바쁘고 힘들어서 말 고분고분 잘듣고, 잘 따라주는 자녀가 내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말 잘 듣는, 잘 따라주는 고분고분한 아이를 키우는게 부모의 목표일까. 그 아이는 커서 어떻게 될까. 나로 말하면, 사회에 나가서도 솔직하지 못해서 하기 싫은 일도 떠맡을 때가 많고, 속으로는 분노가 일고, 별 것 아닌 일에 꿍하게 된 것이 티가 나고, 그러다보면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자책하게 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내가 마음의 부담없이 편하게 키우기 위해 내 자식을 키우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키우다 보니 실수가 된 것이지. 아이의 당황스러움과 불편함을 자세히 들어주고, 거기에 시간을 쏟는 것은 결코 시간 아까운 일이 아니다. 더없이 가치있는 일이고, 아이가 커서 건강하게 솔직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줄 수 있는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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