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평안을 목표로 삼는다. 조용하고, 흔들림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 갈등도 없고, 요구도 없고, 증명도 필요 없는 삶. 그 상태에 도달하면 비로소 괜찮아질 것처럼 믿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평안을 그렇게 간절히 원하면서도, 막상 누워만 있고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마음 한쪽이 불안해진다.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맞나.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나. 나는 지금 쉬고 있는 걸까, 아니면 멈추고 있는 걸까.
누워 있고 싶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건 평안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자극 차단에 가깝다. 너무 많이 써버린 에너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모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말한다. 이제 그만 좀 하자고. 잠깐 꺼져 있어야겠다고.
문제는 우리가 그 상태를 ‘이상적인 삶’으로 착각할 때 생긴다. 인간은 긴장과 회복을 오가며 살아간다. 완전한 무자극은 생물학적으로 에너지 최소화 상태에 가깝다. 위험은 없지만, 확장도 없다. 며칠은 회복이지만, 몇 달은 정체가 된다. 그래서 오래 누워 있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살아 있는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함정은 평안을 기본값으로 설정해버리는 태도다. 인생이 원래 고요해야 한다고 믿는 순간, 출근 스트레스는 비정상이 되고, 육아의 피로는 실패가 되며, 갈등은 잘못된 관계가 된다. 현실은 원래 긴장과 불확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그 모든 파동을 ‘이상 상태’로 해석한다. 그때부터 불만이 쌓인다.
진짜 '평안'은 문제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문제를 견디고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에 더 가깝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 환경이 아니라, 건드려도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힘. 요구와 평가가 존재해도 내가 사라지지 않는 감각. 평안을 추구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무풍 상태를 꿈꾸지만, 인생은 바람이 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진짜 과제는 바람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도 서 있을 수 있는 균형을 만드는 일인지 모른다.
평안은 가만히 있는 데서 오지 않는다. 흔들리고, 다시 돌아오고, 또 흔들리는 리듬 속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한 고요를 찾기보다, 파도 위에서 중심을 찾는 연습.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평안은 그런 모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