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공부 잘해서 내가 좋아, 아님 그냥 나여서 좋아

그냥 “나”로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명문고에 다니고 있는 성민이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중학교 때까지도 단 한 번의 일탈도 없었고 성적도 늘 최상위권이었다. 게다가 고등학교까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고로 입학을 하였다. 늘 부모님은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신다. 그런데, 최근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사건이 생겼다. 방송반 동아리 활동에 열심을 기울이느라 그랬는지 고2 중간 고사 성적이 마음 같이 잘 안 나온 것이다. 그런데 서운했던 것은 그동안 자신에게 단 한 번도 짜증 섞인 말 한 번 해 본 일 없는 부모님께서 어제는 대뜸, "너 어쩌려고 그러니? 요즘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는 거야?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는 하고 있는거니?"라며 큰 소리를 치신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그동안 부모님은 내가 '공부 잘 하는 아들'이라고 자랑스러웠고 또 사랑했던 것일까? 나의 성적이 곧 나의 가치였던 걸까? 그렇다면 내가 좋은 대학을 못가면? 부모님은 나를 부끄럽게 여기게 될까?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웃는 모습으로 대하셨던 부모님이 가식적으로만 보이고 미웠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해할 수 있는 사례이다. 누가보더라도 성민이의 부모님께서 성민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어느 순간 자녀를 대하는 부모 심리 속에 '공부' 문제가 이토록 깊이 개입되어 버린 걸일까?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는 수험생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해 준다.

"자식을 진짜 사랑하는 부모는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고 시험을 개판쳤어도 심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적=의사=돈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아이가 개업하는 데는 관심 없고,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해외 전쟁터를 돌아다닌다고 해도, 자식이 의대 가기를 바랄까요?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는지, 아니면 엄마의 가치를 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강신주, SBS <Who Am I?> 중, 2014.1)

"한 인간에게는 다양한 가치들이 존재한다. 노래를 잘할 수도 있고, 섬세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잘 들어 줄 수도 있고, 부드럽게 잘 안아줄 수도 있고, 여행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다양한 가치들도 모조리 돈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가 가진 폭력성이다."(강신주의 <감정수업>)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사실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삶이 다른 어떤 시간의 삶으로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 )

"저자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경계합니다. 부모가 음악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딸에게 변호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건 부모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 아이로부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인 사랑조차 돈으로 계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극은 깊어집니다."(강신주, <감정수업, 못다한 이야기>)

어느 부모나 할 것 없이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지니고 있다. 다만 어느 순간 그 순수했던 마음이 세상의 여러 기준들로 인해 순위에서 밀려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문구들을 새기며 예전의 그 순수한 사랑을 다시금 꺼내어 품어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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