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이의 요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주머니를 좀 두둑하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친구들하고 시간을 보낼 때도, 여친을 사귀고 싶어도, 가끔 혼자 기분 내느라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부모님이 주시는 한 달 용돈으로는 영 빠듯한 살림이다. 부모님은 친구들하고 노는데 무슨 돈이 그리도 많이 들어가느냐고, 잔소리가 심하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싸가 되려면 우선 지갑을 잘 열어야 한다는 걸 너무도 모르신다. 피씨방, 노래방, 커피, 밥 이렇게 친구들과도 다녀야 우정도 쌓이는데 말이다. 힘든 학교 공부 마치고 친구들과 돈쓰며 만나는 것, 이것이 바로 내 '행복'인데. 난 오늘이 행복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10대이다.
최근들어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감=행복이 '돈의 지출 즉, 소비'와 비례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왜 '돈의 지출'이 학생들에게 행복의 바로미터가 되었을까?
먼저, '돈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와 행동'을 연구한 몇 가지 이론을 살펴보자.
펀햄(Furnham,1984)이라는 학자가 제시한, Money Beliefs and Behaviors Scale(MBBS)는 Yamauchi와 Templer의 Money Attitude Scale(MAS)의 심리적 측면에 행동적 측면까지 포함시킨 척도이다. 예를 들어, MBBS는 첫째는 돈의 지위와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강박적 태도(obsession), 둘째는 기분전환이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지출자적 태도(power/spender), 셋째는 돈에 대한 결정과 사용하는데 있어 죄책감을 갖는 것과 관련된 태도(retention), 넷째는 돈에 대해 보수적이고 안전보장의 도구로 인식하는 태도(security), 다섯 째는 돈에 대해 걱정하고 인색한 태도(inadequacy), 여섯 째는 돈을 노력의 결과로 보는 태도(effort/ability) 등 6가지 영역으로 나눈 다차원 척도이다.
탱(Tang,1992)의 Money Ethic Scale(MES)는 돈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와 행동을 포괄하는 감정적 측면, 인지적 측면, 행동적 측면 등 세 가지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정적 측면은 돈을 선과 악으로, 인지적 측면은 돈을 성취의 척도나 힘이나 자유, 타인의 존중을 얻는 도구로, 행동적 차원은 실제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행동인 예산행동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청소년들의 돈에 대한 태도는 대개, ‘기분전환이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지출자적 태도와 성취의 척도나 힘, 자유, 타인의 존중을 얻는 도구적 태도에 포함된다.
대중소비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청소년들이 소비의 중요한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청소년 세대와 달리 왕성한 소비욕구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환경은 청소년들의 소비생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고, 대중매체의 상업적 광고는 청소년 소비에 대한 욕망을 증폭시키는 추세이다. 그런데 문제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의 소비자 역할이 올바르게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주체로서 아직은 미숙한 학생들이기에 소비를 올바르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 예시로 신용불량자의 숫자가 매년 증가하는데 그 중에는 20세 미만, 중고등학생 신용불량자까지 탄생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돈에 대한 공통적인 생각은 돈을 ‘선’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학생들의 경우 과시적 소비 행동으로, 돈을 ‘자유나 힘을 얻는 도구’로 보는 태도와 돈을 성공의 척도로 보는 경향이 높다. 이는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과시소비성향이 더 높아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멋있어 보이고, 남들에게 성공한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녀 학생 모두 학년이 올라갈수록 돈을 기분전환을 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충동적으로 소비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돈을 자신의 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도구로 보는 경향이 높았다. 또한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돈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직업흥미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청소년들의 소비특성이 점차 구매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목적적 소비” 이자 돈의 지위와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강박적 소비”(obsession)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강박적 소비 성향을 조사한 바로, ① 잘산다고 생각할수록, ② 사회적 존중감이 높을수록 ③ 화폐를 성공의 척도, 감정충족의 도구, 불안의 원천으로 여길수록 ④ 신용에 대한 태도가 허용적이면서 ⑤ 평균 용돈이 많을수록, 강박적 소비 성향이 높았다.
이러한 강박 행동은 최소한의 불안감을 신속히 감소시켜 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돌파구 없는 현실의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회피하려는 일종의 ‘학습된 회피 반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낮은 자존감이라든지 불안감, 우울증, 스트레스(특히 학교 생활, 가족 관계, 이성 친구에 얽힌 스트레스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다수) 등이 강박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울함, 불안함 등 심리적인 내재요인과 과도한 스트레스, 긴장해소의 대처방식, 통제력 상실로 인한 충동성이 청소년들의 소비패턴과 깊은 연관을 지닌다. 이는 필요한 소비가 아닌, 현재의 불행을 보상받으려 하는 마음이 청소년들의 소비의 주된 원인임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소비를 통해 사람들은 욕망의 충족과 더불어 만족감을 느낀다. 때로는 타인이 지니지 않은(혹은 못한) 물건을 소유함으로 우월감도 지닐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와 행복의 관계는 어떠할까? 행복도 과연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을까?
지속적 행복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소비’로 빗대어 본다면 ‘소유로서의 소비’보다는 ‘경험으로서의 소비’를 통해 우리는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소유로서의 소비는 욕망에 의한 것으로, 구매 시점에 행복감이 정점에 이르다가 쉽게 적응하면서 사그러든다. 하지만 경험으로서의 소비는 기억을 통해 지속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마다 특별함을 지니기에 그 행복감이 오래 지속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추억을 ‘나만이’ 소유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소비’를 ‘나만을’ 위한 행위로 한정지을 때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할수록 행복은 더욱 지속된다고 한다. 물질의 소유를 위해서 돈을 사용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는데 돈이 활용될수록 우리는 더욱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배워서 남줘라”라는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풀라!”를 실행에 옮겨보면 어떨까.
그리하면, 행복도 두 배가 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