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증후군'에 갇힌 아이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Bluebirdsyndrome]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하고 현재의 하는 일에 흥미를 못 느끼면서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증상입니다. 이 증후군은 지닌 사람들의 특징은 현재의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특징은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여러 곳을 쉽게 옮겨 다닙니다. 이는 희망의 부정적인 측면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파랑새 증후군'은 벨기에의 극작가이자 시인,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의 동화극 〈파랑새(L’Oiseau Bleu)〉의 주인공에서 유래했습니다.


가난한 나무꾼의 자녀들인 틸틸(Tyltyl)과 미틸(Mytyl) 남매는 꿈속에서 자신의 아픈 딸을 위해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길을 떠납니다. 남매는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달밤의 묘지 등 신비한 곳들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파랑새를 찾는 데는 실패합니다. 기나긴 꿈속 여행을 끝내고 잠에서 깨어난 남매는 파랑새가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다시 말해 궁극적인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파랑새 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현실만 생각하면 의욕이 없어지고 피로가 몰려온다.
2.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가 많다.
3. 이상을 꿈꾸고 설렌다.
4. 이상에 대한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다.
5. 미래에 대해 장담하고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돌이켜보면, 한 때 저 또한 이 파랑새 증후군에서 못 빠져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근무할 때도, 이후 아이들을 위한 독서논술 수업을 하면서도 난 '이 자리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란 생각을 하며 늘 지내왔습니다. 주어진 일들은 미래에 더 큰 '이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여겼습니다.
그 자괴감은 큰 아이를 낳고 나서도 계속됐습니다.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을 하고는 거울을 마주하면 엄마로서의 기쁨보다 무기력한 슬픔이 깃든 얼굴이 보였습니다. 저의 현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2007년 대학원에 진학을 하면서, 이곳이야말로 내 미래를 펼칠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어느 '현실' 속에서도 난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늘 현재의 '나'보다 미래의 '나'에게 더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바쁜 일상과 분초를 다투는 공부, 세미나를 하는 하루하루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차츰 저의 자존감은 낮아져만 갔습니다.




세상과 부딪혀 이기는 성취감보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문의 바다는 넓고도 깊었습니다. 그 속에서 난 길을 잃기도 여러번, 주저 앉기도 여러번 하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 누구도 '행복은 지금 너를 사랑하는 거야.'라고 다독여주지 않았습니다. '네 학문은 아직도 한참 모자라. 네 글은 형편없어. 넌 더 노력해야만 해. 나이 때문에, 가정 상황 때문에라도 넌 더 독해져야 해. 지금의 너로 머물러서는 안돼. 그럼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거야.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고 성과를 보여봐.' 이 같은 충고와 조언이 나를 향해 던져지는 소리들이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 한 명이라도 지금의 내가 참 멋지고 소중하다는 위로를 해주었다면. 난 참 힘이 났을 텐데 말입니다. 긴 터널을 지나 지금 돌이켜보면, 결국 나를 일으키는 힘은 '나'에게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현실감이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색깔이 있고 그 색깔대로 인생의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 확신이 필요했었습니다.


bandicam 2019-10-15 00-48-51-411.jpg (사진 출처: pixabay.com)


강남에 오랜 동안 머물면서, 고등학교 아이들을 접해보면 마치 그 때의 나를 보는 듯 합니다. 우선 아이든 엄마든 늘 '이상' 속에 머뭅니다. 현재의 나는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과거의 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늘 현재는 미래에게 지고 맙니다. 현재는 늘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 마침표는, 결국 '대학'의 순위가 찍어줍니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n수생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엄마는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였음에 자괴감이 들고, 아이들은 내가 좀 더 공부에 미치지 않았던 현재(과거)를 후회합니다.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은 사실 '좋아하는 일' 즉, '하면서 행복한 일'이 전제되었을 때 성립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오로지 길은 한 길이고 미쳐야 하는 대상은 하나입니다. 성적과 연관된 공부 뿐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럼에도 그들에게 공부 외에 네가 행복한 일을 찾으라고 충고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짧은데 고등학교 3년은 더욱 짧으며, 사색을 하고 미래를 계획하기엔 주어진 과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쳇바퀴 돌듯 맴도는 10대의 시기, 그 아픈 마음과 낮아진 자좀감을 높여주기 위해 우리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파랑새 증후군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난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 현실과 이상에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파랑새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 작은 목표부터 달성해 가면서 성취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자신의 상황을 상담할 수 있는 직장 동료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3. 지나치게 일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4. 자신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취미 생활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