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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테라피스트 R Nov 01. 2019

'첫 생각'을 놓치지 말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1)


외부로부터 마음의 생채기를 입은 날에는 책 필사를 합니다. 오늘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명상법 중에는 방석에 다리를 포개고 앉은 다음,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리거나 또는 앞으로 내미는 좌선법이 있다. 이때에는 하얀 벽을 바라보며 자신의 호흡에만 집중해야 한다. 좌선을 하는 동안 수행자는 회오리바람처럼 강력한 분노와 저항심, 천둥같이 크게 울리는 기쁨과 회한 등 어떤 감정이 찾아오든 등을 펴고, 다리를 포개고, 벽을 마주보고 앉은 처음의 자세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감정과 사유에 대한 집착을 흘려 보내는 것, 끝까지 계속 앉아 있는 것, 이것이 좌선의 규칙이다.



글쓰기도 이와 똑같다. '첫 생각'과 만나서 거기서부터 글을 퍼낼 때 당신은 싸움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감정과 에너지의 힘에 질려 겁을 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당신은 생각의 심장부로 뚫고 들어가도록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치열한 글쓰기 훈련에서 가장 기본은 제한된 시간 동안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십 분, 이십 분, 한 시간, ...... 시간의 길이는 각자 알아서 정한다. 처음에는 시간을 짧게 했다가 일주일 후에 늘릴 수도 있고, 처음부터 한 시간 동안 글쓰기에 빠지겠다고 작정해도 좋다. 시간의 길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할애한 시간이 얼마이든 간에 그 시간 동안만큼은 글쓰기로만 완전하게 채우도록 집중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도움이 될 것이다.

                                                     

(pixabay.com)

*손을 계속 움직이라.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기 말라.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편집하려 들지 말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아가라.
*맞춤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여백을 남기고 종이에 그려진 줄에 맞추려고 애쓸 필요 없다.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라.
*생각하려 들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더 깊은 핏줄로 자꾸 파고들라.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거기에 바로 에너지가 있다.

                              

이것이 규칙이다. 목표에 닿기 위해서는 이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첫 생각에 불을 활활 붙여 주는 것, 사회적 체면 또는 내면의 검열관에게 방해받지 않고 에너지의 심장부에 도달하는 것, 피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진짜 마음이 보고 느끼는 것을 쓰는 것이다. 이 규칙을 지키다 보면 괴팍하기 그지없는 우리 마음의 정체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닳아빠진 사고의 끄트머리를 계속 탐색해야 한다.


첫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마음에서 제일 먼저 '번쩍'하고 빛을 낸 불씨이다. 이 불씨의 뿌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잠재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대개 우리 내부의 검열관이 그 불씨를 진화해 버린다. 두 번, 세 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우리의 의식은 일상의 관념 세계로 다시 돌아와 맨 처음 피어난 신선한 불꽃과 교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 목구멍에서 데이지 꽃을 꺾는다.'라는 문장이 마음을 관통하고 지나갔다고 하자. 내부의 검열관인 두 번째 생각은 이렇게 말한다. '말도 안 돼. 그건 자살처럼 들리잖아. 스스로 목을 자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면 어떡해? 누가 들으면 미친놈이라고 할 게 뻔해.' 결국 우리는 내부의 검열관이 시키는 대로 '목이 조금 따끔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쓰게 된다. 이런 글은 이해하기는 쉽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다.


(pixabay.com)


첫 생각은 에고 또는, 우리를 통제하려고 드는 논리적인 메커니즘(세상은 영구불변하며, 견고하고, 지속적이며,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은 생각이다. 세계는 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도 가득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자신의 의식 차원을 넘어선 글을 쓸 때, 그것은 있는 그대로 사물의 진실을 나타낸 것이 된다. 그래서 이런 글은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가로막던 '에고'라는 짐을 벗어던지는 순간, 당신은 더 큰 조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째서 첫 생각에는 이처럼 굉장한 에너지가 들어 있는 것일까? 첫 생각은 참신함 그리고 영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첫 생각과 만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알던 것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한다. 우주의 무한한 생명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첫 생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그동안 겪어온 감정과 사건과 정보가 밑바탕이 되어 발산되는 것이기에 엄청난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이것이 바로 첫 생각이 가진 에너지이다.




언젠가 명상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불교 신자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 이후로 온갖 빛깔들이 너모다 생생하고 힘차게 맥박치고 있어요."

그러자 그녀의 스승이 말했다.

"당신이 바로 지금, 현재게 존재할 때 세상은 진정으로 살아 움직이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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