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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테라피스트 R Nov 04. 2019

마녀의 정원에서

워너비 윈투어(이다혜)


밤12시에 남자친구와 전화로 싸우고 손톱을 물어뜯다가 트레이닝 차림으로 편의점에 달려가 초콜릿바를 사와 한입에 해치운 뒤 굳이 이를 닦지 않고 잘 때의 이상한 만족감을 아시는지.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 욕구불만+ 분노+나쁜 짓+ 더 나쁜 짓’인 일련의 행동을 했을 때 느끼는 딱 그런 것. <워너비 윈투어>를 읽으면서 즐거웠던 기분이 비슷했다. 뒤표지의 문구는 “고졸 학력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타임> 선정 세계 파워우먼이 되기까지”이지만, 정작 책을 보면 (<보그> 편집장이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안나 윈투어는 아버지가 유명 언론인 출신으로, 예술가와 상류층에 닿는 연줄을 어려서부터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자였다. 


애초에 타고난 계급부터 남달랐는데 야망은 더 남달랐다. 일반화가 불가능한 아주 특별한 성공담인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분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다. 마치 알 카포네의 일화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동물의 왕국> 혹은 재난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경이로움이라고 할까. 윈투어의 라이벌로 <하퍼스 바지>의 편집장이 된 리즈 틸버리스의 일전을 그린 대목이 압권이다. 



알려졌다시피 안나 윈투어는 20여 년째 패션지 <보그>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매일 5시 45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머리 세팅을 하고 완벽한 스타일로, 무엇보다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끼고 출근하고, 에디터의 패션에 대해서도 엄격하기 짝이 없으며,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원하는 바가 뚜렷하다고 알려져 있다. 레전드급 악마로 패션계에 군림한 그녀 아래서 일한 어시스턴트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책을 썼고 책으로, 이후 영화로도 크게 성공을 거두어 안나 윈투어의 유명세는 더욱 거세졌다.

<워너비 윈투어>는 그녀의 출생에서 현재까지를 다룬다. 중반 이후 윈투어가 적들을 서늘하게 배어내는 대목을 읽을 때마다 경이롭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작가라 해도 외모가 별로인 경우에는 기사 게재를 없던 일로 했다거나, <섹스 앤 더 시티>의 원작자인 캔디스 부쉬넬이 윈투어가 무서워서 졸지에 거짓말을 했다거나 하는 건 아주 작고 귀여운 사건 사고에 속한다.    


*단상 : 2006년 개봉했던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란 영화를 보고 ‘윈투어’ 역할의 메릴 스트립에게 반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당시 서른을 넘긴 지 얼마 안되었던 제게도 역시 워너비로 다가왔던 그녀였지요. 자신이 가진 일에 대한 열정,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고집 등은 지금도 여전히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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