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의 하루 일과는 sns와 함께 시작된다. 카톡, 페메, 인스타 등등 친구들의 밤사이 근황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바쁜 등교길 중에도 끊임없이 단짝 친구와 문자를 나눈다.
'너 지금 어디야? 난 학교 거의 다 와가는데....' 관계중심적이고 소통이 중요한 여학생들이기에 친구의 존재는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필수적이다. 학원을 마치고 와서는 평소 구독하는 유투브 동영상을 클릭한다. 길어야 10분, 대부분 5분 남짓한 동영상의 분야는 다양하다. 우선 뷰티 유투버를 만나 새로나온 화장에 필요한 소품을 눈으로 스캔하고 웹드라마로 넘어가 상상 속 남친의 모습을 그려보며 가슴 설레한다. 유머 동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학업과 친구 관계, 부모님의 잔소리로부터 받은 온갖 마음의 불편함을 한 방에 날려주기 때문이다. 지난 인기 드라마 짤 영상과 열광하는 아이돌 가수의 신곡을 듣다보면 어느덧 새벽이 다 되어간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수많은 영상과 짧은 문자들로 보내는 수민이, 때로는 왜 공부를 하는 지 모르겠다. 아니 요즘 같이 영상매체가 발달한 시대에 교과서는 왜 그렇게 고리타분하고 교과서 글은 왜 그렇게 지루하며 독서록은 굳이 왜 쓰는 지 모르겠다. 차라리 학교에서 교과서로 공부하는 대신 혼자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컴퓨터로 소통하며 지내면 안 되는 걸까?
요즘엔 수민이처럼, 하루 일과가 온통 '기계들'과 대면하며 지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사실 학교 공부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도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대학만 진학하면 책은 던져버리고, 보고 싶은 영상들로만 하루를 채우리라, 다짐도 해 본다. 이처럼 빨리 진화하는 시대에 왜 우리는 아직도 책을 읽고 생각하는, 큰 틀에서의 인문학 공부를 지속하는 걸까?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의 저자 조지 앤더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오히려 세상은 단단한 인문학적 내용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신기술의 각축장에서는 첨단 공학기술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공과 실패는 '좀 더 큰 그림(bigger picture)'을 볼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여기에는 이러한 기술들을 어떻게 세상에 적용하고, 시장의 반응은 어떤 지 살피며, 그 양쪽 돌파구의 위험성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봐야 하는 보다 큰 질문이 남아 있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 차질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히 말해서 나의 실수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라고 적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 세게 전기차 혁명을 주도한 테슬라는 이로 인해 최근 주가가 낙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인간을 뛰어넘을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첨담 테크놀로지의 부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한때 비관론이 팽배했던 인문학과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시선을 돌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교육에 관심 갖기를 독려했었다. 수많은 코딩 학원이 출현하면서 마치 코딩과 소프트웨어에서 우리의미래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012년~2016년 사이 미국에서 순수하게 새로 만들어진 1,010여만 개의 일자리 가운데 컴퓨터 분야가 창출한 일자는 단 5퍼센트, 다시 말해 54만 1천 개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가 훨씬 많이 창출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컴퓨터 관련 분야의 고용은 총 노동인구의 3퍼센트에도 채 못 미치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우리 뇌는 '사실들만 들어차 있지 분석은 못하게' 되었다. 우리 일상이 자동화될수록, 다시 말해 디지털 접속이 더욱더 용이해질수록 빅데이터라는 광활한 사막지대에서 헤맬 일은 더 많아진다. 정보화 시대에는 '데이터는 너무 많고 정확성은 부족'한 데서 오는 골치 아픈 문제와 씨름한다. 데이터 작업이 개인의 수학능력을 테스트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오히려 인간의 '길잡이 역할'이 중요해졌다. 수많은 데이터와 숫자의 의미를 해석할 줄 알고 그 안에 숨겨진 핵심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생태계에 올바른 '인간의 판단을 도입'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인문학은 아무 것도 훈련시키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준비' 시킨다.
구준히 은밀하게 연마한 탄탄한 인문학적 내공은 인공지능 시대에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저자는 인문학적 감각이 발회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음의 것들을 꼽는다.
인문학적 감각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볼 줄 알게 하고
#모호한 상황에서도 경계를 넘나들며 숨겨진 이면을 밝혀낼 줄 알게 하고,
#데이터와 숫자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할 줄 알게 하며,
#사실과 공식이 아닌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두뇌를 채우게 하고,
#방정식으로도 풀어내지 못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게 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게 하고,
#정보가 빈약하고 모순투성이어도 여기서 견고한 추론을 이끌어낼 줄 알게 하고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을 세상과 나눌 줄 알게 하고
#한 발 물러서서 맥락을 직시할 줄 알게 하고
#복잡한 데이터 전체를 하나의 결정으로 통합할 줄 알게 하고
#기계가 읽어내지 못하는 모호하고 흐릿한 정보로부터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낼 줄 알게 하고
#알고리즘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갈 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