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또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통로
수민이의 취미는 "거울보기"이다 하루 종일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 나이 때면 당연히 외모에 관심이 많을 때지,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수민이의 가방엔 수많은 화장도구들이 있고, 그 중 한 가지라도 다 쓰거나 부족하면 밤늦게라도 사와야 직성이 풀린다 점심시간에도 친구들과 모여 거울 앞에서 수다 삼매경을 나눈다 어디에서 산 틴트가 예쁘다느니 지금 바르고 있는 파운데이션은 발림이 좋다느니 아니라느니 등등 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거울 앞 자신의 모습이 싫기도 한가보다 "엄마, 난 왜 이렇게 까매? 왜 이렇게 키도 작아? 얼굴이라도 예뻐야하는데 너무 평범해" 수민이에게 거울보기는 스스로를 체크하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한편,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 엄마는 한편 걱정이 된다
거울의 영어 'Mirror'의 어원을 보면, '보다'라는 뜻의 라틴어 'Mirare'에서 유래되었으며 '신기하게 생각하다', '놀라게 바라보다'란 의미의 'Mirari'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라틴어에서 찾아보면 'Speculum'으로 표현되며, '사려 깊에 바라보다', '심사숙고하다'라는 뜻의 영어 'Speculation'의 어원으로 바로 'Speculum'이다. 단순히 보거나 어떠한 것을 살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살핀 것을 깊이 생각한다는 의미로서 더욱 사색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거울은 많은 문학 작품에서 인물의 심리나 유혹,고뇌 등 내면을 보여주는 은유로 사용되어 왔다.
거울은 물체의 형상을 비추는 도구이자 반영의 매개체이다. 성장기 여자 아이들은 수시로 거울을 통해 자기 몸을 비춰보며 타인에 비친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부끄러움과 자의식을 또한 갖게 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는 행위를 통해 그 아이들은 스스로의 ‘내면 세계’까지도 탐색할 준비를 갖춘다. 때로 거울을 보는 것은 ‘불안한 행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거울의 반사상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나’의 눈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곧 ‘나’에 의해 선택된 시각세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거울 밖의 실상과 거울 속의 허상은 서로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어서 혼돈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런 면에서 거울은 이중성과 양면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자 아이들이 거울을 보는 것은 (마치 ‘거울’이 다양한 상징을 지닌 것처럼) 자신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을 발견하고 찾고자 하는 적극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인간이 지닌 다층적인 욕망 -권력욕, 지식욕, 미학적 욕구 등- 을 발견하게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엘리스는 거울 안에 들어가 있었고 거울의 방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엘리스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벽난로 속만큼이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고는 굉장히 기뻐하는 것이었다.
“저쪽 방에서처럼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중략)
내가 거울을 통해서 이쪽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보고도 날 붙잡지 못한 것을 보았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복도가 보여! 응접실 문을 활짝 열어두니까 거울집의 복도가 다 보이네. 우리 집 복도하고 너무나 똑같아.
하지만 저곳의 복도는 다른 곳으로 통할지도 몰라.”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엘리스’ 중에서>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서 루이스 캐럴은 거울의 물리적인 평면성을 “공간 이동을 통해 세계의 신비를 비출 수 있는 깊이의 환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엘리스는 거울을 통해 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여기에서 거울은 현실과 닮은 세계이지만 또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통로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그리고 끝없는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정리하자면, 수민이가 매일 그것도 아주 자주 거울을 보는 행위는 단순히 ‘자아도취’ 등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적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상황을 접하게 된 엄마는 굳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수민이가 어떻게 하면 이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사춘기(곧 ‘자아’를 (재)정립하는 시기)를 지혜롭게 지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찬찬히 대화를 시도해 보자. 그리고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태도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