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학 테라피스트 R Jan 12. 2021

‘0’에서 ‘1’을 창조하는 방법(1)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주제일 것이다. 특히 거대 조직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힘으로 자신의 영역을 생산해내는 이들일수록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다는 행위를 지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욕망하지만 실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자본 규모의 미비함, 시스템의 부재, 지속적인 성장으 위한 기반의 협소함 등 말이다. 프리랜서로의 삶을 선택한 후 내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시스템의 부재였다. 여기에는 경제적 요건이 물론 포함되어 있다. 돈벌이와 성장을 위한 투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예를 들어, 돈을 벌기 위한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하는 것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확장해나가는 것, 그 균형점을 찾는 것은 늘 해결하기 힘든 숙제였다. 다양한 전업 프리랜서 선배들의 책을 읽고 방법을 따라하려 해보아도 결국은 혼자 해내기에는 벅찬 일들로 인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앉기 일쑤였다. 도무지 수많은 성공 사례의 주인공들은 어떤 방식으로 포기하고픈 좌절의 순간을 넘어서서 왕좌의 자리에 올라선 것일까?

그 중 내가 만나보았던 나름의 프리랜서로 성공한 분들의 사례를 몇 가지 정리하여 적어볼까 한다.



한 가지 분야를 지구 끝까지 파고 또 파는 타입


독서치료를 전공하신 분이었다. 2003년에 미국에서부터 번역된 ‘비블리오테라피’라는 책을 기반으로 한국에서도 ‘독서치료’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회가 발족되었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 등이 생겨났다. 나 역시 독서치료학회에서 수여하는 2기 독서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한동안 각종 학교와 기관 등에 독서치료 수업 및 실습을 위해 바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1년쯤 지났을까? 독서치료사 자격증만으로는 일의 영역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같이 공부하던 분들은 상담심리사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하고, 독서와 관련된 또다른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흩어졌다. 그 후 일정 분량의 수업을 지속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안정적인 경제적 수입을 갖게 된 분들은 그 분야에서 인정도 받고 성과도 이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 과정에서 또다른 고민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또다시 전공과 다른 분야의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이미 그 분야로 진출하려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진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때문에 난 진로를 바꾸었고, 그동안의 축척된 지식과 경험은 미래를 기약하며 잠시 접어두었다.




그로부터 15여 년이 지난 2018년 어느 날, 우연히 검색을 하다 예전 나와 함께 독서치료를 공부하셨던 선생님을 찾게 되었다. 그분은 15년 전부터 해왔던 일을 꾸준히 지속해 오셨고, 이제는 그 분야에서 공히 손꼽히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셨다. 그분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동안의 활동 내역을 엿보게 되었다. 그분은 매년 지치지 않고 쉼없이 활동을 하셨다. 그리고 그 활동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정리하여 빼곡한 자료집을 몇십 권 소장하고 계셨다. 주간에는 일을 하고 야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도 받으셨다. 기록을 워낙 좋아하셔서 그동안의 경험과 활동들을 묶어 수 권의 책으로 출판도 하셨다. 그 책들은 독서치료 분야의 필독서로 활용되어 꾸준한 인세를 지원해주는 기특한 노릇을 하고 있었다. 매주 돈 1만원을 받고 독서치료의 노하우를 생생한 강의로 풀어서 그 일을 업으로 삼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꾸준한 도움도 주고 계셨다.



그 분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타인 혹은 세상이 주는 선입견을 떨치고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간 것. 한 번 선택한 일에 대해 집중했고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만을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이다. 일전에 내가 잠시 고민했던, 고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문, 수입의 지속성 여부, 미래의 전망 등에 대해 그 분도 분명 충분히 숙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미래 전망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일의 전문성을 확장시키는 데 더 큰 공력을 쏟아 오셨다. 그 때 난 깨달았다. 늘 들어왔던 인생의 교훈을.



“한 우물을 파고 또 파라. 언제까지? 그 우물에서 아주 달콤하고 시원한 물이 콸콸 나올 때까지. 내 우물에만 물이 솟아오르지 않는다고 낙담하거나 물이 언제 나오는 지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나는 그저 그 일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묵묵히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그 우물은 나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을 안겨주리니.”



매거진의 이전글 한 번 올라탄 기차는 되돌릴 수 없기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