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그린비, 2009, 81-82쪽 수업 중에, “좋은 글을 쓰려면 천 권의 책은 읽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입을 떡 벌리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러면, “아니, 그것도 읽지 않고 작가가 되려 하다니!”하고 나도 입을 떡 벌리고 만다. 심정은 이해간다. 아마도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을 해보았을 것이다. ‘돈버리도 포기하고 습작도 않고 방에 처박혀 책만 부지런히 읽어도 하루 한 권 남짓 읽기가 빠듯하니, 천 권이면 3년은 꼬박 걸리겠는걸?’ 싶을 테니, 입을 떡하니 벌릴 만도 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도리어 군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보면 우리의 흥미를 돋우고 우리의 잠든 의식과 가능성을 깨워 줄 양서들이 얼마든지 많다. 그리고 그 중에는 오늘 자신이 찾아 읽어야만 하는, 읽을 만한, 읽으면 좋을, 읽지 않을 수 없는, 그중 제일 탐나는 책 한 권이 있게 마련이다. 그 한 권을 오늘 찾아 읽을 수만 있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신나지 않을 수 없고, 유익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지금의 내게 가장 재미있고 유익할 책 한 권, 오늘 읽지 않으면 죽어 천국에 가서도 억울하고 아쉬울 그 한 권, 자신이 읽어야만 하는, 읽을 만한, 읽으면 좋을, 읽지 않을 수 없는, 나의 ‘씨앗 문장’이 가득 들어 있을, 자신에게 값진 보물과는 같을 ‘씨앗 도서’ 한 권을 오늘 읽지 못한다면 도리어 억울하고 아쉬운 노릇이지 않은가.
오늘 ‘씨앗 도서’를 찾아 읽고, 다음 날 다시 내게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씨앗 도서’를 다시 한 권 찾아내 읽고...... 하는 식으로 즐겁고 뿌듯한 시간을 매일매일 누리다 보면, 천 권의 독서는 결코 어렵게 감내해야 할 과정이 아니라, 도리어 놀부가 곳간 늘리는 과정만큼이나 즐겁고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만 있다면 3년이 아니라 10년이 걸리고 평생이 걸려도 즐거울 터! 물론 이러한 ‘씨앗 도서’ 한 권을 매일 같이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곧잘 책을 잘못 선정하기 일쑤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해두자. ‘씨앗 도서’를 매일같이 찾아내지는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씨앗 도서’만 찾아내면 우리는 매일같이 책을 열심히 탐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독서에 있어서 문제는 나의 독서능력이 아니다. 명심하자, 능력이 아니라 방법이 문제다. 내가 책읽기를 힘겨워하고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이유는 나의 독서능력 때문이 아니라 책을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 때문이다. 문제는 ‘씨앗 도서’를 고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