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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이 Aug 06. 2015

#12 옐로우보다는 노랗다가 좋아요

랑랑에게 중국이란...

한국 오기 전, 아직 중국에서 직장 다닐 때 있었던 일화예요.


어느 날, 고객 중 한명이 전화 와서 이런 말을 하는것이에요. "어제 귀사에서 저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내용이 영문으로 되어 있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메일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 차 물어봤죠. "이메일 끝 부분에  싸인이 적혀 있을 텐데 거기에 이름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그러니 고객 왈 : "어, 이름이 영문으로 되어 있는데요..." , "아, 그러시면 그 이름의 스펠링을 불러주시겠어요? 제가 한번 확인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는 고객이 불러준 알파벳을 한자 한자씩 적기 시작한 나, R, E, G, A, R, D, S....


응? 

왠지 요상한 이 느낌은 뭐지??? 내가 난독증에 걸린건 아니겠지?  어디서 많이 봤던 단어인데.... 정신 차리고 다시 알파벳에 집중하는 나, 그리고 그 순간, 신대륙을 발견 했어요. Regards !!!!


헐... 3초간 정적이 흘렀던 전화 속, 나와 그 아무개 "무식한" 고객..."고객님, 이 단어는 이름이 아닙니다. 인사말이고요, 이 단어 뒤에 적혀 있는 이름을 알려주셔야 해요." 나의 프로패셔널한 고객 응대 스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어요. 할렐루야, 근육이 터질 것 같은 웃음을 꾹 참고 용케도 끝까지 내 본분을 지켰다는것 아니에요.


제가 이 웃긴 일화를 꺼낸 이유가 뭐냐고요? 

영어만 할 줄 알아도 중국에서 살 수 있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는거에요. 


좀 더 자세하게 설명 해 드릴까요? 

일단 제가 초등 학교 다닐 적에는 전혀 영어를 배운 적이 없었고요,

중학교 1학년 부터 본격적으로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 하였어요.

요즘은 학교 마다 다르다는데, 보통 초등 학교 3학년 부터 영어 수업이 있다고 하네요. 1학년때 시작 하는 학교도 있고요. 제가 중학교 처음 입학 했을 때 저희 반에서는 저 빼고 모두 영어 과외를 통해서 영어 기초를 어느 정도 닦았답니다. 저만 늦게 시작 한 셈이죠. 그래서였을까요?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를 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는 한학기 만에  따라 잡더군요.  (절대 자랑질 하려는것이 아니에요^^) 뭐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겠지만요...처음엔 목에 건 가시마냥 콤플렉스로 시작 한 영어 공부지만, 이제는 내 명줄이 될 줄이야...


중국에서는 저 같은 영어 전공이 아니면 사실 일상 생활에선는 영어를 접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외국계 직장을 다닌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외국계 직장을 다니는 중국 친구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영어를 어느 정도 잘 하는데, 업무를 하면서 언어를 익힌 부분도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성격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보아요. 


1.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

2.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같은 얘기인데, 중국인은 원래 남의 눈치를 잘 안 보는 편이에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시키면 별로 눈치를 안 보고 못하면 못하는대로 하는 편이죠. 이건 한국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주위에 한국 동료나 친구들을 보면, 영어를 잘 못한다는 핑계로, 사람들앞에서는 더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요. 필요할 땐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할 용기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회사에서 영어를 많이 쓴다 해서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쓸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왜? 영어를 접할 일이 많지 않나? 

영화 볼 때 많이 볼 수 있잖아요? 

No.

중국 극장은 모든 외국 영화를 더빙 처빙 처리하여 방영을 해요. 

차라리 다운로드 받아서 집에서 보는 것이 더 편할 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인기 영화 같은 경우에 가끔 영어 버전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외래어를 공략 해 본다? 

No.

중국은 외래어가 그리 많지 않답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랬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외래어 천지라는 점이었어요.

외래어로 도배를 한 일상 용어들, 발음도 원래 영어 단어와 다르게 희한하게 하더라고요(죄송..^^)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 오면 진짜 억울해 죽겠어요..쯧쯧...


저 또한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떨 때 가끔 한번씩 튀어나오는 외래어들 때문에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 아니에요. 그때마다 엄청난 눈치와 센스, 그리고 1초에 수백번 회전하는 잔머리로 위기를 넘겼지만 말이죠 ㅋㅋ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커피숍 메뉴판이 가장 압권이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생소한 외래어들 때문에 처음에 메뉴를 시킬 때 완전 멘붕이었답니다. 그래서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무조건 가장 심플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는 것 아니에요, 대신 새옹지마라고 지금은 정말 아메리카노를 사랑하게 됐지만 말이죠.


중국의 커피숍 메뉴판은 어떻게 적혀 있는지 아세요?

에스프레소 - 意式浓缩咖啡(이태리식 농축 커피)

아메리카노 - 美式咖啡(미식 커피) 

프라푸치노 - 星冰乐(성빙락)


중국은 이렇게 일일이 그 뜻을 풀이하여 새로운 단어 조합을 만들어 내죠. 단, 외래어가 아닌 중국어로,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단어를 보면 어느 정도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중국에서는 영화 제목도 정말 재미있게 번역이 되어 있답니다. 

트랜스포머 :  변형금강( 变形精钢)

링 : 오야흉령(심야에 울리는 무서운 전화 벨소리 :午夜凶铃)

미스터고 : 대스타 ( 스타 할 때 쓰는 별 성자와 똑같은 발음의 성성이 성자를 씀으로써 고릴라를 표현함 :大明猩)


뭐 주위에서는 번역 자체가 촌스럽다고 말하는 친구도 많지만, 저는 오히려 훨씬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데... 정신 머리가 너무 구닥다리인지 모르겠네요...^^


이 외에 외국 브랜드도 모두 중국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번역을 해서 부른답니다.중국에서 택시를 탈 때  "스타벅스 가주세요"을 100번 외쳐도 목적지로 못 갈거에요... 영어 발음이 아~무리 정확한들 여기선 무용지물이란 뜻이에요. 자, 거기서는 이렇게 얘기 해야 한답니다. " 씽바커(성파극) 가주세요"


그냥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일화로 시작 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외래어, 시대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것 때문에 한국어의 전통미와 고전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를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님 덕분에 저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한국 잇님들과 마음을 털어놓고 소통 할 수 있으니, 이 언어의 주인이신 여러분들은 정말 보물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너무 주제넘은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옐로우 보다는 샛노랗다, 노르스름하다, 노릇하다 이게 더 좋다는 뜻이에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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