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란 Oct 05. 2022

내 제품을 실물로 만나보고 싶다.


제품을 실물로 만나기가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이번 달에 제품을 생산해서 테스트 판매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또다시 계획이 어그러졌다. 계획은 정말 계획일 뿐인 것 같다. 일정들은 자꾸만 뒤로 또 뒤로 미뤄졌다. 일정이 자꾸 이렇게 미뤄지니까 너무나 답답했다.



제조업체에 샘플의 보완점을 말해주고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2차 샘플을 받아보긴 했지만 콩단백 덩어리 크기가 처음보다 약간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파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대안들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공유 주방 같은 곳에서 직접 만들어서 생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sns에서 팔로워들에게 소량으로 테스트 판매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주문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공유 주방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조가공업인 제조공장과는 다르게 B2C(최종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만 가능하다. sns 판매와 크라우드 펀딩은 B2C에 해당하기 때문에 떠올린 대안이었다. 집 근처에 있는 공유 주방에 방문해서 상담도 받아보았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공유 주방과 내 사업과는 맞지 않았다. 공유 주방을 사용하는 업체들 대부분 일반 외식업체였다. 공유 주방을 통해 임대료를 절감하고 배달을 통해 판매한다. 또한 보증금과 임대료가 내 예상보다 높았다. 한꺼번에 주문을 받아서 주문받은 수량만큼만 제조해서 소량 판매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괜한 자금 낭비인 셈이었다. 제조업체를 통해 일반적인 방법으로 제조해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답답했다. 자체 제조공장의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꼈다. 제조공간이 동네 조그만 반찬가게 정도의 넓이라도 가능하다고 했다.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꼭 제조시설도 갖추리라 다짐했다.



소규모 제조업체라도 컨택해보자고 생각했다. 식품제조 카페에서 발견한 한 업체가 집근처에 있길래 연락을 했다. 약속을 잡고 제조업체에 직접 방문했다. 시설은 조그맣고 열악해 보였으며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나도 혼자서 운영하는 회사이지 않은가. 규모는 조그맣더라도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곳이라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협업해나가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사장님과 대화해나갈수록 뭔가 잘 맞지 않음을 느꼈다. 그 사장님은 자신이 제조한 제품들을 내가 온라인으로 판매해주길 원했다. 내가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타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깨끗하게 거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찌나 한숨만 푹푹 나오던지.




내 새끼 같은 제품을 생산해줄 제조업체를 찾아 사방팔방 수소문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컸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해서 기운이 쭉 빠졌다. 무기력해졌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가서 푹 쉬었다가 오고 싶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없이 1년 8개월가량 앞만 보고 달렸다. 약간 지친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다 놓아버리고 쉬었다.


유튜브, 인스타에 일주일 동안 콘텐츠를 업로드하지 않았다. 인스타 팔로워들과의 소통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운 여름, 8월 한 달간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혼자서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