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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란 Oct 05. 2022

길을 잃었을 땐 본질을 생각해보자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난제 같았다. 그렇게 잠시 주저앉아서 골똘히 고민하다가 문득 이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았다. 이 제품을 왜 만드려고 하는 걸까. 식품기업이 되고 싶어서? 아니다. 궁극적인 비전은 콘텐츠 기업도, 식품기업도 아니었다.


맨 처음 이 제품을 만든 이유는 팔로워들과 함께 한식을 요리하고 싶어서였다. 이윤을 생각해야 하는 사업가로서 주된 수익모델을 제품 판매로 정해서였다. 대량생산이 아니라 브랜드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소량으로 판매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몸이 조금 힘들겠지만 사업 초창기에는 원래 육아 초창기처럼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저번에 잠시 떠올렸다가 보증금, 임대료, 각종 계약조건 때문에 포기했던 공유 주방을 다시금 검토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 판매를 하는 단계에서 덜컥 투자를 해서 임대료를 내고, 각종 인테리어, 설비 구매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국가지원사업이 있지 않을까.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집요하게 검색한 끝에 두 가지 국가지원사업을 발견했다.


하나는 우연히 발견한 사업이었다. 사업 담당자님으로부터 원래는 신청기간이 지났는데, 조만간 추가모집공고가  것이니 지원해보라는 답변을 들었다.  업을 통해 3개월 동안 무료로 공유 주방 사용이 가능하며 각종 컨설팅, 멘토링, 마케팅 지원도 받을  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판매도 가능한데,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의 공식몰에 입점하여 판매할  있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공공기관 몰에 입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백번,   나으리라.


‘그래, 해보자!’




지원서를 제출하고 난 후, 개발해놓은 소스를 연습해볼 준비를 시작했다. 각종 원부재료들을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필요한 조리도구, 장비들을 샀다. 공유 주방에 입점하기 전에 연습을 많이 해놓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과 온라인 판매할 제품들을 직접 수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바람이 났다. 핸드메이드 소스라!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장 생산품보다 핸드메이드 제품이 브랜드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마음에 드는 제조사를 못 찾아서 마음고생했던 지난 몇 달 간의 좌절감, 무기력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싹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나 싶었다. 잔뜩 힘을 줘서 거창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할 필요가 없었다.  소수의 사람들부터 브랜드의 탄탄한 코어 팬으로 만들어야 하는 단계였다. 뭐가 그리 조급했을까. 작은 발걸음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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