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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09. 2024

내 동생 이야기

소울메이트


기억은 몸이라는 핸드폰이 오래되어 사라지거나, 분실하거나, 지워질 수 있다. 늘 그렇게 사라져 가서. 누군가에겐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겠지만 나에게만큼은 특별하고 소중한 동생의 존재를 어딘가에 저장해 두고 싶었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언젠가 공기처럼 흩어질 테니까... 흩어지지 않게 잘 모아서... 내가 기억하는 동생의 모습은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데 세월이 흐르면 나에게서조차 잊혀질까봐 동생과 함께 했던 일들, 동생에 대해 생각나는 기억들을 기록하고 있다. 


글을 마지막으로 가족에 대한 글을 마치려고 한다.  


"20"이라는 숫자가 주는 부담감으로 한동안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어른이 된다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님에도 당시에는 부담되고 걱정이 앞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듯한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나의 힘만으로 일어서 보고자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무엇보다 20살은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어린 나이였다. 방황했던 그 시기에 동생이 굉장한 힘이 되었다. 부모님께는 눈치 보여 말하지 못했던 모든 말이 신기하게 동생이 어떤일이던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 자신을 다시 잡을수 있었고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인생에 관한 여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나와 동생은 3살 차이다. 내 인생의 기억 최초의 순간부터 동생이 있었다. 엄마 말로는 유년 시절 유난히 사이가 좋은 형제로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어딜 가나 동생과 손을 꼭 잡고 다니고 누나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 순한 동생이 형을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듯이 어릴 때 부터 나는 동생을 너무너무 사랑했다. 동글동글 귀염상에 웃으면 눈이 없어지던 순둥이였던 동생은 세 살 차이여서 나도 그 때 어린아이였을텐데 그 존재 자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는 기억이 없지만 동네에서 놀다가 동생이 곤경에 처하면 나서서 해결한것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동생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 천성이 선해서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자신 스스로 찾아서 했다. 초등학생 때 내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동생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다가도 나보고 하라면서 바로 자리를 양보했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한창 게임이 재밌을 나이이고(물론, 게임은 지금도 재밌다), 먼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고부릴 법도 한데 동생은 선뜻 이용 권리를 넘겨주었다. 형제들은 <응답하라 1988>의 보라와 덕선이, <작은 아씨들>의 조와 에이미처럼 사소한 일로도 서로 티격태격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세 살 터울 동생과 심하게 다툰 기억이 없다. 심성 고운 동생이 망나니인 나에게 양보하고 배려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지금 항상 힘들때마다 동생과 간단히라도 통화를 하며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동생은 섬세하고 예민해서 타인이 말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잘 읽고,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채서 주변 사람에게 따스함을 선사한다. 어릴 때처럼 변함없이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고 힘이 되는 사람이다. 동생에게는 무슨 이야기라도 대화가 ‘통’한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는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는 정말 영혼의 친구이자 소울메이트일까. 내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부둥켜안고 버티고, 바다가 잠잠해지면 날씨 좋은 날 같이 햇볕 구경도 하고 가족 다 같이 해서 맛있는 것도 해먹으며 희노애락을 공유한 인생의 전우... 




지금 생각해보면 기쁜 순간도 같이, 힘든 순간도 같이 하며 자랐지만 동생은 많은 것들을 내가 형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나한테 양보하며 자랐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삼켜졌을 동생의 이야기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켜켜이 쌓이고 쌓여서 어디에서부터 무엇부터 꺼내놓아야 할지 스스로도 모르는 무언가가 된 듯 했다.. 뭔가 본인의 진심, 속 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울던 아이. 자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 그 방법을 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 다 내 잘못 같아서 지금 많이 반성하고 미안함이 동생을 볼 때마다 느껴진다. 내가 우기면서 고집을 피울때 동생이 혼자 감당했을 비참함과 실망감이 내게는 평생 잊어서는 안되는 죄책감이 되어 내 마음에 동생 한 칸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때 제대로 살피지 못해 미안하고, 그런 나를 한번도 원망하지 않아주어 고마운 마음이 여태 그 칸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이런 잊지 못할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가족이라는 굳은살이 되고 우리를 단단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비 성향은 타고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똑같은 용돈을 받아도 나는 어떻게든 빨리 쓰려고 달려드는(?) 타입이었고 동생은 그걸 그냥 가지고 있는 게 좋았단다.  저녁 식사 후 엄마 아빠가 장난으로 "오늘은 너희가 한 번 쏴~"라고 하면 냉큼 알겠다고 하는 나와는 달리 동생은 아무 말 않고 눈치만 보았다.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은데 자기 돈 쓰는 건 아깝고. 처음엔 우리들 반응이 궁금해서 말을 꺼냈던 엄마가 이대론 막내가 꼬마 스크루지가 될까 싶었나 보다. 돈은 움켜쥐고 있는 게 아니라 쓸 줄도 알아야 하고, 베풀어야 돌아오는 법이라고 가르쳐주셨다. 엄마의 경제 교육 덕분일까? 어쨌든 지금은 규모 있게 쓰고 기분 좋게 베풀 줄도 아는 어른이 되었으니 꽤 성공적인 육아였던 것 같다.  (반면 나는 좀 덜 쓰는 교육을 받았어야 했다.ㅋㅋ )

이번에 쓴 동생에 대한 글은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두서가 없다.. 아마도 내가 느끼는 동생에 대한 마음이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면서 쓴 글이어서 그런것 같다. 정리해보면 우리 형제는 크게 다툰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떤 형제들처럼 죽빵을 날리면서 싸운 적도 없고 때리지도 않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부쳤다.. 동생은 그걸 어린나이에 감당한 것을 헤아려보면 내가 죽어도 모자라다.. 못난 나를 형으로 둔 동생이 밝고 씩씩하게 자라서 감사하고 대견할 뿐이다.


올해 우리 집에서 마지막으로 입시를 치르고 있는 수험생 동생을 보며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 있어도 마음이 쓰이는게 사실이다. 입시를 처음 준비하는  동생은 내가 수험생때 느꼈던 고민을 가지고 있을 테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된다는 압박감과 무게감으로 고생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포기하지않고 열심히하면 내 동생은 하고 싶은것을 다하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싶다.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다. 동생에게 남은 시간도 마치 상징적으로 1년 정도 된다. 아무도 모른다. 결국 누가 끓어오를지, 누가 피어날지... 그렇기에 끝까지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노력의 끈을 놓치 않는 사람,  그들만이 후회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산을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고 산을 오르게 된다. 산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사람, 산 중턱에서 멈춰 선 사람, 산 정상까지 오른 사람.그 세 명이 각각 마주하는 풍경은 분명 다를 것이다... 화이팅이다 동생아 항상 응원하고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하면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게 아자아자!



나는 내가 대학에 붙었을 때 참 기뻤어. 해냈다. 잘했다. 고생했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는데, 막상 3월이 되니 이상했어.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어야 하는데 마치 최종 임무를 완료해 끝을 본 게임처럼 의욕이 안 생기더라고. 그렇게 지원동기, 학습 계획, 의미 있는 활동 적어가며 오고 싶다고 했던 이 학과가, 그리고 이 학교가 참 낯설었어.



대학교를 다니며 학문에 대한 지식도 쌓았고 비록 비대면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많이 얻었어. 특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어. 대학 입학 후 입시를 최종 목표를 세웠던 탓에 방황했던 나는, 좀 더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노력 했어. 내 생각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집중했고, 내가 지향하는 것과 지양하는 것에 대한 차이와 나라는 인간의 의의를 알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의 나침반을 하나 얻게 된 느낌이야. 그리고 가치를 구분하는 방법도 배웠어. 나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는 용기도 얻었고, 관계를 정립하는 데에 있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유형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몸으로 직접 느끼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어.



뜬금없지만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시간을 보냈던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실 너가 선택한 전공만을 공부하는 곳은 아니야. 그동안 배울 수 없었던 다양한 가치와 사회, 경험이 존재하는 참 넓은 장소야. 그 장소를 통해 너는 성장하고 좀 더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나는 느껴. 



너가 수험 공부를 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힘든 시간 속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해 나가고 있는지 나도 너와 같은 수험생 생활을 해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동안 보내왔던 시간과 앞으로 보낼 시간이 있고,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여러분 앞에 있어.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 아무도 몰라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얼마나 이 길을 묵묵히 그리고 잘 걸어왔는지 스스로 알고 있잖아 맞지?.


그리고 나도 알고 있어.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Just Do it 그냥 해보는 거야!" 


끝까지 화이팅이다!



Dear my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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