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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 집사입니다.

식물 집사입문기 제라늄, 문주란,멜라닌 고무나무

 이사 오기 전 아파트 2층 할머니는 화초를 많이 키우셨다. 할머니의 제라늄을 보고 “아, 예쁘다. 정말 예뻐요!” 감탄하니 삽목 하여 뿌리내린 녀석을 주셨다.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가 내게 왔다. 그 당시는 화초를 키울 줄 몰랐다. 마음만 앞서 예쁘다고 사 왔다가 데려오는 족족 저세상으로 보냈다. ‘나는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살던 아파트는 1층이라 해가 잘 들지 않고 통풍도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관리 소홀로 인해 화초는 물 못 먹어 죽고 데어 죽었다. 과습으로 죽기도 했다. 수많은 화초를 죽이고 나니 잘 키우고 싶었다. 고민 끝에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옮겨 돌보기로 했다.


삽목하여 뿌리내린 제라늄

 사무실로 집에 있는 화초를 다 가지고 왔다. 사무실은 도심의 빌딩이 아닌 산 아래 위치한 전원주택이다. 여름에는 마당에서 키울 수 있고 겨울이면 안으로 들여놓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햇볕은 충분했고 공기 흐름은 원활했다. 초록이들이 한껏 새잎을 내고 꽃을 피우니 더없이 행복했다. 보람이 느껴졌다. 삽목 하기도 하고 씨앗을 받기도 하며 나의 식물 지식이 늘어갔다. 키우려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할 때도 아이들을 키울 때도 공부를 했던 것처럼.   

  

오랜시간 같이 살아온 반려식물 제라늄

 제라늄은 계속 화분 크기를 키워주었더니 대품으로 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안방 베란다를 본다. 고개만 살짝 돌려도 보인다. 며칠 전 피기 시작한 빨간 꽃이 싱싱하다.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다. 그저 행복하다.

    

문주란 분갈이전

 문주란을 키운 지는 10년이 됐다. 처음 받았을 때 줄기가 손가락만 했다. 문주란 인지도 몰랐다. 내게 문주란을 준 사람도 ‘토종 산세베리아’라고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갑자기 꽃이 폈다. 천연기념물인 문주란이었다. ‘제주도 따뜻한 데서 자라는 문주란을 강원도에서 키웠구나. 그래서 네가 그렇게 몸살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웠다. 몸살을 하느라 만날 잎이 한 개였다 두 개였다만 반복하고 노래지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죽지 않고 살아서 이만큼 자란 걸 보니 짠하다. 새끼손가락만 했던 줄기는 백 원짜리 동전만큼 굵어졌다. 올해 분갈이를 했더니 자라는 속도가 좀 빨라졌다. 분갈이하면서 보니 뿌리가 어찌나 실했는지 양파만 한 구근에 뿌리가 쫙 뻗어있다. 작은 화분에서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었다. 언제 다시 꽃을 피워주려나 오매불망 기다린다.      


멜라닌 고무나무 작년 1년은 휴식기였는지 쉬다가 다시 새 잎을 내준다.

 

멜라닌 고무나무는 4년 전 식당에서 얻어왔다. 점심 먹으러 갔다가 고무나무 화분 아래 새로 난 잎이 떨어졌기에 달라고 했다. 자라든 말든 일단 삽목 했다. 잎을 4개 얻어 왔는데 한 개만 성공했다. 회사일 하는 틈틈이 키우는 화초들이라 세밀하게 돌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래됐지만 잎이 많지는 않다. ‘작아도 단단하게만 커다오’ 하는 아이 키우는 맘으로 키운다. 고무나무가 작년에는 쉬는 기간인지 일 년 내내 새잎을 올려주지 않고 있어서 애가 탔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올봄 분갈이를 해주고 알 비료를 조금 주었다. 최근 들어 새잎을 내주고 있다. 관엽식물의 새잎은 반짝반짝 윤이 난다. 꼭 식물 광택제를 바른 것 같이 반짝이는 게 이쁘다. 고무나무는 공기정화식물로도 인기가 좋은 식물이다. 고무나무를 키워서 라텍스를 뽑아내는 게 꿈이다.     


이사를 해서 다시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운다.


 나는 식물을 돈 주고 산적이 거의 없다. 주로 삽목 하거나 씨앗을 파종해서 키웠다. 꽃을 키우면 마음이 정화된다.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의 보살핌을 받고 꽃으로 새잎으로 보답하는 것을 보면 보람된다.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요즘 다니는 학원 동기들도 식물 키우는 걸 어려워한다. 내가 키우는 걸 보면 대단하다 한다. 관심일 뿐이다. 좋아하니 보살피고 보고 싶은 거다.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관심은 관계를 돈독하게 하듯이 식물도 적당한 관심을 가져주면 잘 자란다.     

식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식물을 키우는 중에 문제가 생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화원을 하면서 식물 병원도 운영하고 싶은 소망이 내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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