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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다 성장의 과정이다.

불안은 불안해할수록 불안하다.

   마음이 불안정하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게으른 것 같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아 편치 않다. 불안한 생각이 몰려와 그 생각을 떨치려 자꾸 무언가를 한다. 쉬어야 하는데 가만히 있지 못하니 몸도 머리도 너무 피곤하다. 몸이 힘드니 정상적인 사고가 잘 되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불안의 끝을 찾아가 본다. 뭐가 그리 불안한지. 나의 미래가 불안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잘 케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그간의 살아온 인생이 다 잘못된 것 같아 삶을 되짚어보고 복기해본다.  현실에 충실해서 살았을 뿐 잘 못 된 것은 없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 셋을 낳고 회사 다니며 눈코 뜰 새 없이 살았다. 여기서 잘 못 된 것이라면 내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이제라도 알아채고 나를 위해 살아보려 17년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고 싶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꽃집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꽃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고 다녔다. 배울 때는 힘들어도 마음이 그리 불안하지 않았다. 불쑥불쑥 불안감이 올라와도 그냥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6개월의 과정이 끝나고 나니 그동안 미뤄두었던 불안감이 밀려왔다. 실업급여로 6개월을 걱정 없이 공부를 했지만 이제는 취업을 해야 한다. 꽃집은 주로 1인 기업이다. 생 초짜 45세 아줌마를 알바로 써 줄 곳은 없다. 그래도 다행히 꿈을 찾던 과정에서 만난 나의 멘토인 제천 꽃집 사장님이 나를 채용해준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성수기에 나갈 제천 꽃을 닮다의 꽃 냉장고 꽃들


정식으로 출근하기 전에 알바를 했다. 알바를 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힘들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잘되는 꽃집이다 보니 손님이 많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와 인사이동, 졸업식으로 성수기라 많이 바빴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시장에서 꽃이 온다. 장미가시를 제거하고 필요 없는 잎들을 떼주고 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훅 지나간다. 상품으로 나갈 플라스틱 핸들링 케이스를 조립하는데 요령 부족으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틀 일을 했는데 오른손이 퉁퉁 부어올랐다.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았다. 가계 안에서 하루 종일 서서  움직이다 보니 어깨 다리 온몸 안 아픈 곳이 없다. 나름 농사도 짓고 건설현장 일도 했었는데 안 하던 일이라 그런지 많이 힘들었다. 체력으로 안 되면 오기와 깡으로 버티는 것 하나는 자신 있다 자부했었다. 마음과는 다르게 상상외로 몸이 힘드니 당황스러웠다.  

         


핸들링 케이스에 들어가 꽃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고 판매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체력이 문제였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는 싫은데, 너무 멀리 왔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건 이 일인데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니 너무 우울했다. ‘이런 나를 채용해서 월급을 준다니. 사장님께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불안함에 미칠 것 같았다.          

 

다른 적당한 회사가 있을지 워크 넷을 뒤져보았다. 식물 관련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었다. 여기라도 가야 하나 월급은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창업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같이 학원을 다니던 동기와 원장님께 상담을 했다. 동기는 말했다. “그래 힘들 거야. 그래도 다른 거 말고 꽃집 가서 1년 해봐! 그러고 그때 다시 생각해. 창업을 할지 말지는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체험할 기회도 얻기 힘든데 써준다잖아 좋은 기회야”           


원장님께 물었다. “꽃집 사장님에게 제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유미 씨가 일을 열심히 해 주면 돼”  “ 열심히 하는 거야 자신 있지만 사람의 눈높이가 다르니 제가 일하는 게 눈에 안 찰까 봐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그럴 수 있지만 그런 건 일을 하면서 대화를 해서 맞춰 나가면 돼”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의 안심이 됐다. 나도 생각을 했던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직접 묻고 답을 들으니 확신이 들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꽃을 배우면서 만난 지인들이 나를 응원함이 느껴졌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막노동이라고 몸이 아픈 게 아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몸에 힘이 들어가고 요령이 없어서 힘든 것이다. 사무직일을 할 때도 8시간 꼬박 컴퓨터 앞에서 도면을 그리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부어 퇴근할 때 신발에 발이 안 들어갔다. 물론 목 디스크와 어깨 통증도 오랜 마우스 질로 생긴 고질병이다. 지금 까지 더한 일도 했는데 꽃집일 못 할 거 없다. 미리 걱정해서 지례 겁먹고 포기하면 발전은 없다. 1년만 버텨보자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지 길이 보일 것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표정이 달라지고 불안감도 없어졌다.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았다. 불안함에 힘들어하지 말고 즐기기로 했다. 다 살아가는데 오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식물도 물과 비료를 너무 풍족하게 주면 잎만 무성히 자라고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에는 관리를 잘해주다가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오히려 비료와 물을 줄인다.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생존하기 위해 꽃을 피운다고 한다.     

      

불안이 왔을 때 자기 내면을 잘 관찰하자. 불안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에게 오는 불안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자기 확신이 없어서 오는 불안이었다.” 불안이 가중되면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머리가 무거워진다. 이럴 때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해본다.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편안히 않아 심호흡을 해본다. 명상은 머릿속을 비우는 것이라고 하지만 생각을 안 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생각을 하나로 모으려 노력한다. 생각이 떠오르는 데로 그냥 느낀다. 그러다 보면 내면의 소리가 들리고 제삼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그것도 어렵다면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며 호흡을 해보자. “나는 성공할 것이다. 내 앞의 장애물은 없다.” 같은 말로 나를 세뇌시켜보자.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너무 조심성 없이 태평해도 안 되겠지만 “실수하면 어때 다시 하면 되지, 틀리면 어때 하다 보면 길이 나올 거야” 하는 담대한 마음을 갖자. 신은 감당 못 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힘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 경험이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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