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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린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는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 적당한 때가 있으니까.

     

두근두근 콩닥콩닥 설렘에 잠이 안 온다. 운전을 하고 가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에서 연둣빛 새순이 돋고 있다. 하늘은 미세먼지 없이 파랗다. 기분이 너무 좋다. 교실 입구에 들어서니 꽃향기가 난다. 핑크색 수국,  처음 보는 꽃인 보라색의 동그란 알리움,  유칼립투스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을 위한 꽃을  한 아름 받았다. 내 인생의  첫 꽃 수업이다.

 

 

인생 첫 꽃 수업


 선생님이 능숙하게 시범을 보이면 따라 했다. 한 송이 꽃을 포장하고 바구니에 꽃을 꽂았다. 행복함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이걸 왜 이제야 배울 생각을 했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진즉 배웠으면 더 빨리 행복했을 텐데. 꽃을 만지는 내내 그동안 살아온 나의 인생을 수고했어! 하며 위로받는 것 같았다.  

    

지금은 꽃집으로 출근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실컷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다는 게 문제다. 일주일에 두세 번 꽃이 온다.  꽃이 오면 나물 다듬듯이 다듬어야 한다. 그걸 컨디셔닝이라고 하는데  꽃 냉장고에 넣기 전에 깨끗하게 손질하여 꽃의 물 올림이 잘 되게 하는 것이다. 성수기에는 꽃이 대량으로 들어와서 손질하는데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



꽃 컨디셔닝을 위한 다듬는 작업



그 외에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꽃 냉장고 청소, 비누 꽃이나 프리져브드 상품 만들기, 화분 분갈이 식물심기를 한다. 직원은 퇴근하면 그만이라지만 사장은 마케팅 업무도 해야 하고 제대로 쉬는 날이 없다. 좀 당황스러웠다. 창업을 하는 게 맞나?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돈이 벌리면 힘들어도 재미가 있나? 사업이 하고 싶은 건지 꽃이 좋아서 꽃 일만 하면 되는 것인지 맘속을 정확히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플로리스트라면 앞치마 예쁘게 매고 우아하게 꽃다발이나 만드는 걸로 생각을 한다. 학원에서 들은풍월이 있어서 힘들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내가 왜 이제야 꽃을 배웠는지 알 것 같았다. “다 때가 있기 때문에 지금에야 꽃을 배웠구나." 사회 경험도 없는 어린 시절에 했더라면 금방 포기했을 것 같았다.  육아와 17년의 직장생활로 “참을성” 과 “인내”라는 아이템을 장착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였다.

     

꽃을 배우면서 내년 봄에는 아니 적어도 가을에는 창업할 거야 결심했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만큼 빨리 잘하고 싶었다. 늘 조바심이 들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 창업을 빨리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기본기를 다져서 내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 어렵게 찾은 꿈인데 오래 잘하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적어도 1년은 꽃집에서 허드레 일부터 모든 업무를 다 해보고 창업을 할 생각이다.


모든 순간에는 때가 있다. 공부를 하는 시기, 결혼 적령기, 아이를 키우는 시기 나는 이 모든 시기를 거쳐 마흔 중반이 되었다. 아이들도 다 크고 시간이 남아서인지 인생을 자꾸 뒤돌아보고 내가 잘못 살았나 되짚어 복기했었다. 지난날의 인생이 잘 못 살아온 것이 아니었다.  다 때가 있어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었다. 더 이상 뒤돌아보고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 너의 꿈을 향해 나가 보자.


꽃집 창업을 위한 마음과 준비과정을 꾸준히 쓰려합니다.  이 글을 읽고 궁금하신 분들 종종 와서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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