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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사장이 될 줄 알았지

입장 바꿔 생각하기(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

   

꽃집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 5개월째 접어든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더 이상 회사생활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다. 치열하게 2년을 고민해서 선택한 것이 꽃집창업이다. 식물을 좋아하고 식물에 물을 주며 커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니까. 그러나 꽃집일은 내 생각과 달랐다. 물론 예쁜 꽃을 실컷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좋다. 그러나 그 예쁨도 일 년 정도 지나니 사그라들었다. 시장에 유통되는 꽃은 계절별로만 다를 뿐 그 꽂이 그 꽂이다. 자꾸 보다 보니 점점 예쁘다는 것에 무뎌졌다.      


꽃집의 꽃은 뿌리가 없다 절화라고 한다. 꽃이 몽우리상태일 때 농장에서 채취해서 도매시장으로 유통되어 가장 예쁠 때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학원 다닐 때도 잠시 느꼈던 생각이지만 절화보다는 뿌리가 있는 식물이 좋다. 씨를 뿌리고 예쁜 모습으로 자랄 수 있게 수형도 잡아주며 자라는 과정에서 맛보는 성취감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가드너다. 나무를 심고 초화를 키우며 정원을 디자인하고 싶다. 내 꿈에 대한 방향이 틀어진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꽃집이 다니기 싫어진다.  꽃집 창업 할 거 아닌데 다녀야 하나? 내가 하고 싶은 일 하자고 직업을 바꿨는데 또다시 조직 구성원의 굴레에서 못 벗어나고 있네..... 재미있게 하던 일도 힘들게 느껴지고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시간도 아깝게만 느껴졌다.  

    

처음에 꽃을 배울 때는 더없이 행복했다. 취업을 기다릴 땐 조마조마하고 초조했다.  꽃집에서 일하러 오라고 날 불렀을 땐 그렇게 감사하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해도 되는 건가? 슬그머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막상 꽃집을 그만두려 해도 현실적으로 그만둘 수 없다. 1년 배우고 창업할 생각을 하고 왔지만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고정수입이 있어야 한다. 아직 창업은 내게 너무 큰 모험임을 깨달았다.      

지금 다니는 꽃집은 내가 입사할 때 예비사회적 기업이 되었다. 예비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컴퓨터업무도 가능하고 식물도 케어할 수 있으니 지금의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는 최상이다. 그런데 왜 자꾸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걸까.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할지 불안하다. 불안감을 떨치자니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식물에 대해 공부할수록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진다. 직장에 메여있지 않다면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을 텐데, 국비로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들을 수 있을 텐데.      



지금 꽃집 사장은 엄청 열심히 산다. 나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결이 다르다.

꽃집일 을 하면서 틈틈이 교육받으러 다니며 공부한다. 그것이 부러운 것이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 필요한 교육이 있을 때 언제든 가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것. 가슴이 답답해 온다. 남편한테 말했다. “왜 내가 자꾸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지 알았어. 난 무언가 배우고 깨닫는 걸 좋아하는데 직장에 매여 있다 보니 시간이 자유롭지 못함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나 봐. 사장이 뭘 배우러 간다고 하면 그렇게 부럽네"     

남편은 말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건 은퇴를 해야지 가능한 거야. 사장은 그 교육 가고 싶겠어? 일 때문에 가는 거지. 계속 발전해야 사업을 할 수 있으니까.  너희 사장은 쉬고 싶을걸 티를 안 낼 뿐이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지. 나도 마찬가지야 지방현장 3시간씩 4시간씩 운전하며 가고 싶지 않을 때 많아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     


맞다! 그의 말이 다 맞다! 내가 교육을 가고 싶으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미리 준비를 해야,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야가 좁아졌던 것이다. 

애쓰는 사장을 볼 때는 마음이 짠하면서도, 꿈을 향해 열심히 질주하는 사장을 배우려고 안 하고 시기만 했구나 싶은 생각에  부끄러웠다.    

  

부끄러우면서도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꼈다. 이 나이에 이경력에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건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자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라고. 꽃집일 재미있을 때도 많다. 처음 입사할 때 있던 볼품없던 떡갈고무나무를 정성스레 돌봤더니 예뻐져서 상품이 되어 팔려가고. 내가 만든 상품을 너무 예쁘다며 기쁘게 사갈 때 뿌듯하고 행복하지 않은가. 그동안은 마음만 급해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행복감을 놓쳤지만 이제부터라도 꼼꼼히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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