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가?' 딸아이가 묻는다. 운동 겸 강아지 산책을 하고 들어온 엄마가 강아지 발만 닦고 다시 나갈 것처럼 보이니 딸아이가 묻는다. '(짜증이 섞인 말투로) 오다가 자전거 넘어졌는데 자전거 자물쇠를 잃어버려서 다시 가봐야겠어?'. 요즘 나는 운동 겸 강아지 산책으로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 앞에 바구니를 달아 애견 코코를 태우고 달린다. 차가 많은 길을 지나 강변산책로에 가서 코코를 내려놓으면 30분 정도 팔짝팔짝 뛰며 산책을 한다. 노즈워크도 하고 실컷 호기심을 채우면 자전거에 태워달라고 따라다니며 매달린다. 더 이상 강아지가 아닌 10살 된 나의 반려견 코코, 엄마 껌딱지인 코코와 오늘도 산책을 했다.
산책을 너무 좋아하던 강아지는 나이가 드니 조금 걷다가 자꾸 안아달라고 한다. 너만 늙었냐! 나도 힘들다! 계속 안고 걸을 수도 없고 나도 힘들고 해서 선택한 것이 자전거다. 바구니에 싣고 달리면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웃는다. 너무 의젓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재미있나 보다. 빨리 달리다 사고라도 날까 싶어 반은 걷고 반은 타고 하는 산책이지만 그냥 걷는 것보다는 좀 더 멀리 갈 수 있고 편하다.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 자전거 주차장에 갔는데 자물쇠가 없다. 철사 와이어로 된 둥근 자물쇠가 없었다. 오늘은 밤바람이 좀 불어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산책로에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을 피하며 자전거를 세우다 옆으로 쓰러졌는데 그때 핸들에 걸어놓은 자물쇠가 빠진 것이다. 그걸 못 보고 그냥 와버렸다.
'집에 다 와서야 그걸 알다니, 바보! 전에도 한번 그래놓고!' 짜증 나는 맘을 꾹꾹 누르고 자물쇠를 찾으러 다시 나섰다. 자전거가 쓰러진 자리를 기억을 더듬어 수색했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거기가 거기 같고 풀이 우거져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아무리 뒤져도 안 보였다. 비밀번호가 잠긴 거라 누가 주워갈 리도 없는데 어두워서 못 찾는 듯했다. 근방을 몇 번 더 뒤지다 포기하고 왔다.
잠깐인 것 같은데 3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저녁을 조금 먹고 나왔는데 자물쇠덕에 강제로 운동을 더했더니 허기가 졌다. 갈증도 나고 배도 고프니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다. 장도볼 겸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육포를 샀다. 마트 안에 작게 다이소가 있길래 둘러보니 자전거 자물쇠가 있다. 먼저 거와는 다르지만 안 채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하나 구입했다.
너무 배도 고프고 갈증이나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며 맥주를 땄다. 한 모금 들이키니 살 것 같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짜르르 알코올이 퍼지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려서는 꽤 술을 잘 먹었는데 막걸리 한말을 지고는 못 가도 마시고는 갈 수 있다 자부했는데 지금은 맥주 한 캔에도 알딸딸하다. 한 캔을 훅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짜증 났던 기분은 어디로 가고 행복함 마저 든다.
자전거 자물쇠를 보니 '비밀번호 택이 포함되어 있고 비밀번호를 못 바꿉니다'라고 쓰여있다. 하하 웃긴다. 보통 자물쇠를 사면 비밀번호 바꾸는 방법이 쓰여있다. 그대로 따라 해도 잘 안 돼서 짜증 났던 기억에 그거 하기 싫어서 잃어버린 자물쇠를 찾아다녔는데. 비번도 안 바꿔도 되고 심지어 가격도 비싸지 않은 자물쇠가 있었다.
자물쇠를 잃어버리고 친구에게 전화해 짜증 난다고 투덜거렸다. 친구 왈 '잠가야 돼?' 나도 안다 굳이 잠그지 않아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야 하는, 마음 편하자고 하는 마음.
2년간 치열하게 꿈을 찾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맞는 걸까 확신이 없었지만 하고 싶었다. 더 늦으면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열심히 했고 깔끔히 포기했다. 투자한 시간과 돈 절대 아깝지 않다. 지금 하지 않았으면 평생 하고 싶다 갈망하며 꿈만 꿨을 테니까. 지금은 다시 다른 꿈을 꿀 수 있다. 알면서도 했고, 마음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