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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 난 참 좋다

원주 순대국밥 강릉집

  나는 시장을 좋아한다. 식당도 술집도 잘 차려진 번쩍번쩍한 집보다 대폿집, 실내포차처럼 사람 냄새나는 곳을 좋아한다. 좀 허름해도 위생만 신경 써준다면 가리지 않는다. 여행이나 출장을 가도 포장마차나 시장 쪽을 많이 간다.     


원주에는 자유시장, 중앙시장, 남부시장, 풍물시장이 구도심에 모여 있다. 그중 자유시장 지하에 있는 순대 국밥집을 자주 간다. 한 달에 두어 번은 꼬박꼬박 가는 것 같다. 원주에는 지하가 거의 없다. 지방이라 그런지 대도시보다는 땅값이 싸다 보니 모든 가게가 지상에 다 있다. 그런데 자유시장은 지하 1층에 떡볶이 집, 옷 가게, 돈가스 집, 순대 국밥집 등이 모여 있다. 그중 잘 가는 순대 국밥집은 강릉 집이다. 그 집만 유독 손님이 많다. 그 집 옆으로 영월 집 횡성 집 등 서너 집이 더 있다. 강릉 집은 항상 줄을 선다.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집을 가본 적도 있다. 그런데 맛이 달랐다.

     

순대국밥은 서울에서도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먹어봤다. 돼지국밥이 유명한 부산에서도 먹었는데 이 집이 최고다. 고기를 손질할 때 기름을 다 떼어 버린다. 비계가 없다. 그래서 담백하고 구수하다. 돼지 부속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속을 넣어준다. 양이 부족하면 말하라고 한다. 거의 무한 리필 수준이다. 식당은 4평정도 규모에 ㄷ자 형태로 바처럼 손님과 주인이 마주 보는 구조이다. 주인 할머니와 딸과 직원 한 분이 바로바로 말아서 준다. 뚝배기에 국을 담고 여러 번 토렴을 한다. 밥과 양념을 담고 그 위에 고기를 넣어 손님께 내어준다. 먹다 보면 순대는 주인 할머니가 썰어서 먹고 있는 그릇에 준다.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는 국밥에 소주를 반 병 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기분이 앗싸! 다.     


꽤 오래전 부산을 간 적이 있다. 새벽에 떠나 아침에 도착해 검색 후 돼지국밥으로 유명하다는 가게에 갔다. 입에 맞지 않아 너무 실망했다. 뚝배기도 플라스틱 그릇에 토렴도 안 되어 먹다 보면 다 식었다. 식으니 뒷맛이 비렸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불친절까지 겸비했다. 전국 다니며 먹어본 국밥집 중 최악이었다.     


입맛이라는 게 좀 주관적이라 내 지역에서 우리 집에서 우리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거기에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내가 부산에 오래 산다면 또 그 맛에 길들여질 것이다.    

 

요즘은 팔도 어딜 가도 음식에 대한 지방색이 많이 없어진 듯하다. 제주도 음식 참 맛이 없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 가보니 서울 음식에 많이 비슷해졌다. 식재료만 제주도 것이지 요리법은 서울식인 게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지역 어디를 가도 다 맛이 비슷하다. 그래서 되도록 지역 주민들이 많이 가는 곳을 가보려 한다. 시장에 가면 그나마 지방색을 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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