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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혜윰 Oct 19. 2023

대화시간을 확보하자!

대화 속에 저절로 쌓여가는 문해력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친정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두 아이는 집보다 친정 근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일을 계속했기 때문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모두 친정 근처로 보내게 되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방학에도, 휴직기간에도 직장은 아니더라도 매일 친정으로 출퇴근은 해야 했죠.


어떻게 매일 그렇게 라이딩할 수 있냐며 주위에서 많이 물어요. 너무 먼 거리도 아니지만, 가까운 거리도 아니거든요. 밀리지 않으면 20-30분, 밀리면 1시간도 걸리는 거리예요. 그래서 아이들은 매일 1-2시간은 차를 타야만 하죠. 눈 뜨면 대충 아침을 먹고 차를 타고, 큰 아이는 학교로 작은 아이는 유치원으로 이동을 해요. 차 안에서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지만 아침부터 꾸중 듣고 혼날 때도 많았어요.


그러다가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대화 중에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 또래보다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말’을 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물으니,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작은 아이는 적재적소에 알맞은 말을 사용하며 어른과도 이야기가 된다고 했어요. 또, 큰 아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알고 있으니 집에 와서 학교이야기를 스스로 하냐며 말을 안 해준다고 궁금해하는 엄마들도 많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아이들과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그 차이점은 차를 타며 보내는 시간에 있었어요.


많은 육아서에 아이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언급되어 있어요. 그래서 대화를 시작해보려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와요. 그런데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우선 절대적으로 대화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브루타 교육에서도 식사시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밥 먹을 때는 가족이 함께 모이고 그 시간만큼은 다른 미디어를 시청하지 않는 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죠. 저와 아이들에게는 라이딩 시간이 그런 시간이었어요.


하루에 1-2시간, 한 공간 안에서 억지로라도 함께 있는 그 시간은 아이들과 저에게 주어진 대화의 시간이 되었어요. 매번 대화를 하진 않았어요. 음악만 듣기도 했고, 아이들의 행동에 화가 나 침묵의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화가 난다고 멀어질 수도 없고, 지루하다고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시간이니 서로 적응해 나간 거 같아요. 화가 나도 진정되면 화난 이유와 감정을 말로 표현하며 이해하게 되었고, 지루하면 일상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하소연도 했어요. 또, 음악을 들으며 가사에 대해 표현에 대해 질문도 하면서 그 시간들을 보냈어요.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말해주고, 궁금한 걸 질문하면 바로바로 해결되는 그런 시간이 된 거예요.


처음부터 라이드 시간에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야지 했다면 지금과 같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거예요. 아이의 마음을 알아야지, 궁금한 거 물어봐야지, 훈육해야지 했으면 아마 반발심에 매번 침묵의 시간이 되고 멀어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는 서로 적응되고 당연히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생각 해서  제가 약간의 의도를 갖고 질문을 던져도 괜찮아요.  아이도 아는 거죠. 이 시간만큼은 엄마도 우리에게 집중한다는 것을요.


보통 집에서는 각자 해야 할 일이 많아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요. 어쩌다 쉬는 시간이 생겨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쉬고 싶어 하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말을 꺼내도 짧게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피할 수 없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어떻게 그런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다는 걸 다들 알잖아요. 라이드 시간에 전 운전을 하느라 다른 행동은 할 수 없지만 대화는 나눌 수 있었고, 아이들은 창 밖만 쳐다보다가 심심하니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어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니 ‘산책하기’가 있었어요. 산책을 하다 보면 앞을 보며 걷지만 옆 사람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아이와 산책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 걸으며 우선 눈에 보이는 것들로 시작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여러 이야기들이 나올 거예요. 한 번으로 끝나지 말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아이들도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게 되거든요. 중요한 건 엄마가 궁금한 걸 묻기보다 아이가 궁금한 걸 답해주는 시간이 많아야 해요. 이 시간은 엄마의 질문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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