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세계여행/세계여행 일기] 쌍둥이 여행자 수둥이, 함께 여행하며 느낀 점
혼자서 세계를 여행하려던 꿈은 단순하고 불안한 이유로 ‘함께’로 번져갔다.
2018년 2월 나는 혼자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약 1주일간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뜻밖에 깨달음도 얻게 되었던 여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당장 1주일 후 떠나는 세계여행의 준비를 차차하고 있었다.
제주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 신문에서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20대 여성 살인사건 소식을 알려주었다.
떠나기 전 생생한 정보를 들어서 그런지 언니와 나는 그 자리에서 겁을 먹고는 중국에서 바로 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다.(당시 언니는 대만으로 나는 중국 대륙으로 첫 시작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언니와 나는 따로 세계 곳곳을 누비려 했지만 우리의 운명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내가 언니에게서 떠나려 했던 이유는 ‘독립하기 위해서’였다.
태어나서부터 항상 함께 자라와서 나는 혼자서 뭘 하기에 겁이 많은 사람이 된 채 자란 것 같다.
우리 세 자매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자라왔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혼자서 있으면 잘 못 하는게 많았다.
학교도, 학원도, 회사도, 어학연수도 모두 함께 했던 언니와 각자의 길을 가려 했건만,
일란성쌍둥이의 운명은 비슷한가 보다. 함께 가야 멀리 가는 걸까.
내가 언니에게서 떨어져야 해라는 강박관념을 완전히 벗어버리게 된 계기는 중국에서 ‘쌍둥이 축제’에 참여하고 나서부터였다.
우연히 들린 중국 운남성 쿤밍이라는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가 ‘너네 쌍둥이면 쌍둥이 축제 참여해봐’라고 하셔서 우린 ‘오? 그런 게 있다니! 어릴 때 꿈만 꿨던 건데!’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참여했다.
여기도 쌍둥이, 저기도 쌍둥이인 신기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쌍둥이들을 만났고,
많은 쌍둥이들이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우리는 여행하며 자주 싸웠었다.
그것도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속 깊이 서로를 이해 못해 할퀴고 상처받았었다.
그런데 쌍둥이 축제 이후 우리는 서로를 훨씬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더 애틋하게 여기게 되었다.
쌍둥이 축제에서 만난 미국 쌍둥이 친구들을 만났는데 언니는 미둥이 동생을 보더니 나를 그냥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쉽게 감정 표현을 하고 표정에 드러나는 미둥이 동생을 보며 ‘아 저거 수정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ㅋㅋ
나는 쉽게 감정 표현을 못하는 미둥이 형을 보며 언니를 더 배려 하게 된 것 같다.
이후 우리는 몇 개월을 더 함께 다니며 서로 더 노력을 하게 되었고,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싸우는 횟수도 거의 없어졌고, 신뢰도는 더욱 깊어진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모든 걸 함께하며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나의 친구이자 가족을 나는 가슴 깊이 사랑한다.
함께 세상에 내려온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평생 함께 해야 할 운명인가 보다!
<쌍둥이 세계여행자 수둥이 셀프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kpCJXDkVUR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