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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Oct 30. 2018

한 달 뒤 미래만 생각하며 사는 나, 비정상인가요?

세계여행 일기



[세계여행] 한 달 뒤 미래만 생각하며 사는 나, 비정상인가요?





“도달해야할 목표에 고정된 시선은 일상의 소소한 행동이 주는 기쁨을 포착하지 못하고 우리 인생에 떨림을 주는 아름다움도 알아보지 못한다.”


“쓸모없는 것의 유용함과 쓸모 있는 것의 무용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예술을 이해할 수 없다.”
- 프랑스문학가 외젠 이오네스크



돌아보면 나의 여행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쓸모있다고 느끼는 과정에 있었다.

책을 읽어야 조금 더 쓸모있는 인간이 될거야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매일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심지어는 걷다가도 책을 읽곤 했다.
매일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으면 내가 더 나은 내가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챙겨간 책은 총 세권이었는데 도중에 한 권을 더 선물받아 네권이나 되었었다.
아무리 지식과 문장을 사랑한다 해도 당장 내 어깨가 아파옴에 나는 한권을 제외하고 모두 기부해버렸다.
그리고는 여행을 하며 책을 읽은 순간을 떠올려보면 거의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는 직접적 경험에 온몸으로 느낀 순간들을 기록하고 감상하고 즐기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책에서는 얻지 못했던 사소한 순간들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황홀함,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차차 느껴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1년 전 세계여행을 너무나 가고 싶었던 나의 심정은 사실은 그랬던 것 같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떠나지 않으면 여행자의 관점을 얻기가 쉽지 않다.
다시 돌아와서도 여행자의 시선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약 6개월 정도의 여행을 다녀온 후 내가 가장 크게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이라는 내가 속해있는 환경, 집단, 사회를 벗어나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나의 마음속에서 그동안 있었던 이유모를 불안함과 강박관념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말끔히 사라져 ‘완전한 순간’을 생생히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은 환경에 쉽게 좌우되고 아주 빨리 적응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의 몸은 아주 빨리 또 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그런데 6개월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마음만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마치 한국에 놀러온 여행자같은 그런 느낌이다.
매일 바쁘게 출퇴근하고 경쟁심, 비교의식, 각박함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이 분위기가 마치 다른 세상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참 바쁘고 아둥바둥 사는 느낌이 든다. 현실이라는 이름아래 계획적이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예전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주눅드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나는 그저 한 달 뒤 미래만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했던 것 처럼.
나의 여행에서도 나는 한 달 뒤 갈 곳, 비행기표만 예약하고 살아갔다.
그러한 이유는 ‘지금을 살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이 아주 소중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너무 먼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나가는 것도,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떠올리는 것도 지금 이 순간에 잊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인생은 계획했던 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었음으로..

한 달 뒤 나는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에서 이 지구를 둘러보며 세상 참 아름답고 살만 하구나를 느끼며 마음속에 사랑과 여유가 충만한채로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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