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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Dec 05. 2018

 세계여행 10개월차 나의 변화 10가지

세계여행 일기 에세이




[세계여행] 세계여행 10개월차 나의 변화 10가지






<세계여행 중간 점검>
세계여행 10개월 차 나의 변화 10가지







2018년 2월 말에 시작해 현재 12월 초 약 10개월 차가 되었다.
여행을 통해 뭔가를 얻고 싶고 나에게 변화가 일어나기를 갈망했었고, 잠시 들렀던 한국에서 생각보다 길게 머물게 되면서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러니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1. 여행자의 관점
여행자의 관점이란 무엇일까?
소속감이 들기보다는 이방인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것이 여행자인 것 같다.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그곳에 속해서 생활하는 현지인이 아닌 이방인이었으며 한국에 도착했을 때도 한국인으로서 속해있는 느낌이 아닌 마치 잠시 들린 여행자 같은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고달팠던 서울살이를 다시금 돌아봤을 때 그땐 바쁘고 각박하게 표정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이곳의 아름다움은커녕 벗어나고픈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온 서울은 여전했다. 내가 살았던 곳 밟았던 자리들을 다시 왔을 땐 이전의 기억들로 기분이 묘했다.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다른 감정 다른 관점.

살아가면서 계속 여행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여유가 없이 바쁘고 걱정거리와 두려움이 올라올 땐 잠시 여행자처럼, 그저 물 흐르듯이 상황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어느새 저 사람도 이 사람도 다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다들 나처럼 못났고 부족한 인간일 뿐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나가게 된다.







2. 사랑의 감정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사랑 하기’였다. 오랜기간 연애를 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에 대한 꿈은 포기 상태였던 나에게 이미 예정된 하나의 기록처럼 사랑이 찾아왔다.
내가 버킷리스트에 적었던 ‘사랑하기’는 한정된 누군가와의 사랑이 아닌 사람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사랑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 또한 모두 느꼈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고, 그러자 남을 사랑할 여유도 생겼다.

사실 이번 여행에 있어서 이 ‘사랑’의 감정은 과하게 말해서 내 인생의 큰 선물이고 변화점이라 할 수 있다. 조건 없는 참 사랑을 통해 나는 그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황홀함과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참 감사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많이 겪었다.







3. 안정감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나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갈망했었다. 그러지 못했기에 더 잡고 싶었던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 잡으려 잡으려 발버둥 칠 땐 안 잡히더니 진정으로 편안한 환경과 깨달음이 온 순간 자연스럽게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여행 초반에는 여전히 마음속에 불안과 미래에 대한 걱정, 타인과의 비교의식, 조급함 등등 부정적 감정들이 자리 잡아 나를 괴롭혔었다. 거의 매일 명상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날들을 많이 보내며 글을 쓰고 사색을 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주려 노력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완전한 마음의 평화가 온 순간이 있었다. 짧았지만 마음속의 괴로움이 하나 없는 상태. 걱정과 근심 고민이 없어진 상태

그쯤 타인과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 들어올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겼고, 잠깐의 주춤거림이 있었지만 나는 완전히 열려 새롭고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상대는 나보다 더 안정적인 사람이었고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렇게 하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마음이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내가 변화했다기보다는 내가 사랑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고 내뿜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 너무 잘 맞는 그 사람 덕에 하루하루 많은 걸 배워간다. 고맙고 소중한 인연.





4. 허황된 꿈보다는 현실적인 목표
나는 참 ‘꿈’을 좋아한다. 현실이 진흙 밭일 때 꿈을 꾸고 이루고 있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힘이 되었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도 매일 꿈꾸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뤄진 미래를 생각하며 설레고 들뜬 채로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꿈꿨던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은 기대한 것만큼이나 컸다. 현재의 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해보지 않고 허황되게 잡은 목표와 꿈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이후부터 단기 계획이나 꿈은 내 기대보다 더 줄였다. 나를 과대평가하기보다는 현실에 있는 부족한 나와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허황된 꿈처럼 보였던 세계여행과 여행하며 사는 삶은 이제 더 이상 허황되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루는 과정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이다.






5. 언니로부터의 독립을 포기하다.
세계여행을 가기 전 내가 여행을 왜 가려 할까 이유를 찾았을 때 ‘언니로부터의 독립’이 있었다. 쌍둥이로 자라 항상 뭐든지 함께 해와서 종종 주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더 나이 들면 떨어지기도 힘들 텐데 미리 좀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해왔었다. 혼자서 뭘 잘 못하는 거 같아 언니로부터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애초에 우리는 세계여행을 따로 가려고 했었다. 시작은 따로 했지만 결국 십일쯤 후 다시 만났다.

함께 24시간을 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도 다투게 된다. 우리는 자주 다퉜고 이전에 사소한 걸로 다투던 것과는 달리 정말 속 깊이 감정을 드러내 존재 자체에 대한 갈등도 생겼던 것 같다.
짜증 나면 짜증 나는 표정이 드러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나와 달리 언니는 그런 표현을 앞에서는 하나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이성을 잃었을 때 한 번에 쏟아내어 나를 힘들게 했다.
평소에 작게나마 표현을 못 하던 언니의 성격과 비교적 바로 말해버리는 나와의 사이에서 우리는 꽤 아팠다.

그러다 운명처럼 쌍둥이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고, 더 운명처럼 지금의 남자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언니는 이 쌍둥이들의 동생을 보더니 빵 터져 웃으면서 나와 너무 똑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동생도 짜증 나면 짜증 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고, 형은 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나는 형을 통해 언니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언니는 동생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한 번도 안 싸운것 같다. 정말 신기하지..

쌍둥이 축제에 참여하니 많은 쌍둥이들이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났다. 언니로부터 독립하려 했던 생각을 접게 된 시점이 이때부터다. 인생의 흐름이 비슷하고 함께있을 때 더 행복하고 편한데 왜 굳이 벗어나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언니로부터의 독립을 포기했다.





6.  완전히 자유로워진 진로 방향
여행을 시작하고 나는 여전히 여행을 다녀와서 일은 구해야 할까? 직장이란 건 정말 다녀야 하는 걸까? 연애는? 등등 사회로부터 주입받은 관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많이 해방되었다. 팔찌와 드림캐쳐를 만들어 팔아보기도 하고, 워킹홀리데이로 공장 농장에서 일해보기도 하면서 나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핸드메이드 사업을 꾸준하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써 출판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안에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의 한계는 없다. 나 스스로 판단하지만 않으면 될 뿐.







7. 부모님의 뒷모습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 우리 집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가족들 관계가 좋지 않았고, 매일매일이 살얼음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행을 준비했다. 부모님은 우리의 여행을 반대하시지는 않으셨다. 적극 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해주셨다. 다른 이유로 힘들었는데 그때 나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고, 분노와 화 서러운 감정들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여행 초반 몇 개월까지도 나는 여전히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감정들로 인해 힘들었었다. 몸이 떨어진다고 해서 감정이 모두 한 번에 떨어지지는 않음으로.

하지만 여행을 하며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사랑을 만나 마음속에는 이제 따뜻한 포용과 너그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쯤 한국에 다시 돌아와 부모님을 만났을 때 두 분의 사이도 어느덧 좋아져 있었으며 우리는 나름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들을 해나갔다.
사실 초반에 고향에 도착한 며칠은 여전히 서로를 이해 못해 또 할퀴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부모님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토록 이해하고 싶어 했는데도 못 했던 것들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지켜나가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다. 부족한 사람이 부족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괜찮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엔 정말 부모님들이 ‘부모님’으로만 보였던 것 같다. 이젠 조금 그냥 ‘사람’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동안 참 고생하며 사셨겠구나 싶었다.





8. 애쓰지 않음
이전의 나는 참 많이 애썼던 것 같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 더 나은 나의 미래를 얻고 싶어서, 그래서 자꾸 애를 썼던 것 같다. 뭐든지 잘하고 싶어하고 그러지 못하면 스스로와 잘하는 사람을 비교했고, 자책하기도 했으며 남들을 우러러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마음들이 거의 사라졌다. 더 이상 남을 많이 부러워하지 않고 스스로와 비교하지 않는다. 나는 나답게 내 그릇에 맞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실의 나를 자꾸 갈고닦아 조금씩 그릇을 키워야겠다.
그래서 잘하지 못해도 실수를 해도,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닌 것도 많다. 오히려 손을 놓고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나중에 보면 이루어져 있는 것들도 있으니 말이다.
잡으려 발버둥 치면 오히려 잡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저 물 흐르듯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애쓰지는 않지만 조금씩 묵묵히 그저 내가 할 일을 하는 것. 그게 좋다.





9. 틀을 깨는 여자
나는 스스로를 틀깨녀라고 부르며 살아왔다. 내 안의 편견과 고정관념들이 깨지는 순간 기쁨이 찾아왔었다. 여행을 하면서 틀이 참 많이 깨졌다. 매번 바뀌는 환경,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먹는 음식이 달라지고, 들리는 언어가 달라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고정관념들이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나는 미국인들은 다 외향적이고 제스처가 크고 나서기를 좋아하고 좀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편하진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를 만나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와르르 깨졌다. 그는 완전히 이러한 성향의 미국인과는 정반대의 사람이었고 나와 비슷한 성향 덕에 더 편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이럴 것이야.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은 이럴 것이야 같은 편견들도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재밌었고, 여행을 자주 다니고 이런저런 경험과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참 많이 배운다.

나는 오래오래 내안의 틀을 깨어 열려있고 자유로운 사람이고 싶다.








10.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됨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와 사실은 이것이다. 나는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 사실이 참 감사하다. 많은 변화된 점들 가운데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변화였다.
이전에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잘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속해있던 한국이라는 환경을 벗어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는 온전한 나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나는 화장 안한 나의 얼굴이 좋고, 매일 같은 옷을 입는 내가 편하고 좋다. 사람들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고 생활하는 나의 모습이 좋다. 옷이나 화장품에 돈 쓰는 건 이제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생각들, 관념들, 습관들, 성격들 모두 좋다. 부정적인 나의 모습들도 이제는 받아들인다. 부정적인 모습이 나올 때 그저 나를 안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가장 사랑이 필요했고 토닥거림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랑이라도 그걸 다 해줄 수는 없는 것 같다.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것.
여행을 하며 알게 된 가장 큰 진실이었다.
가슴 깊이 감사하다.





<먹을 때 행복한 나의 표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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