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고 싶어 떠난 여행
18년 04월 04일
[샴푸]
여행을 하며 강한 햇빛에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머릿결은 더욱 부슬부슬해지기 시작했다.
두피는 약해졌고 아이들이 장난 삼아 머리카락을 살짝만 잡아당겨도 아팠다.
동네 미용실에 가서 30바트를 주고 머리를 감았다.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만지고 때로는 꾹꾹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샴푸를 충분히 묻혀서 부스스한 머릿결에 충분히 녹아들게 한다.
누군가의 손길이 내 머리를 만질 때 기분이 좋다.
그렇게 세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손가락 힘이 머리카락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한다.
아이들이 옆에서 나와 언니의 모습을 사진을 찍고 우리 손을 만지고 귀에 묻은 거품을 만지작 거리는데
눈을 감은 채로 그 모든 것을 느꼈다.
머리를 말릴 때는 또 아이들이 내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빗겨주고 찰랑이고 예쁘게도 머리를 말려주었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들이 내 머리와 몸을 터치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어느새 다가와 무릎에 앉아있고 계속 옆에서 조잘조잘 거리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머리를 감겨주시던 아주머니는 나를 보면서 환한 엄마미소를 지으셨고
나는 왠지 아주머니의 표정에 또 행복해졌다
내가 존경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한 말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 한 번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그가 한 말의 의미를 몸소 겪고 나니 알겠다. 내 머리카락은 이제 너무나도 아름다운 머릿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