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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Mar 30. 2018

세계여행 한 달 차 배우는 점, 느끼는 점

세계여행







1. 언어소통에 대하여


- 언어소통의 중요한 기술을 깨달았다.
10%의 진정으로 알아들음과 90%의 알아들은 척 하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
경험상 90%의 알아들은 척이 상황과 문장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 상대의 언어에 맞춰 소통을 하면 소통이 더 잘 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쓰는 외국인과 대화를 할 경우 영어를 쓰며 대화를 하면 되고, 중국어를 쓰는 외국인과 대화를 할 경우 중국어를 쓰면 된다. 서울 표준어를 쓰는 사람과 대화를 할 경우 나는 표준어를 쓴다. 부산쪽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 대화를 할 경우 사투리를 쓴다.
단순히 외국어나 언어방면에서 뿐만 아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아이들이 쓰는 언어를 쓰면 소통이 잘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대화할 때는 그들이 쓰는 언어를 쓰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사실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상대의 언어에 맞춰 소통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언어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통을 조금 더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끔 자신의 언어만 옳고,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통을 할 수 있어도 하기가 싫어질때가 있다.
언어소통을 하는데 옳고 틀린 건 없고 그냥 다를 뿐.



- 서로에게 예민한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될 경우엔 그냥 한 발 물러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물론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할때가 많아서 그렇지만..)
사실, 예민한 주제에 솔직하게 내 의견을 다 말하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스리슬쩍 피해가는 요령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때가 묻어간다는 의미인가...



- 언어를 현지인만큼 못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장점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현지인만큼 유창하게 외국어를 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몇년, 아니면 몇 십년을 살아야 겨우 그 비슷하게나마 할 수 있는 게 보통의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생각할땐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못하는 것이 현지인에게는 오히려 호감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언어를 유창하게 못하면 오히려 심플하게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 너 좋아해, 나 이거 싫어해' 등 내 표현을 심플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가 있다.
물론 어떨때는 오해가 생기거나 불쾌감을 느낄 수 도 있지만, 우리는 외국인이라 이런 말하는 방법이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과 한국인이 대화를 나눌때는 성격차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서툴었다.
A는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해서 B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를
A는 B할 수 있어요. 라고 간단하게 말해버리면 명확하고 좋지 아니한가.
마치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이 느껴져서 좋다.










2. 자연을 느낀다는 것


-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요.
그대는 꽤 순간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이겠어요.

새빨간 태양이 뜨고 지는 속도를 기억하나요.
그대는 자연이 보여주는 속도와 그 속에 서 있는 우리의 속도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는 사람이겠네요.

귓가를 간지럽히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기타의 선율을 들어본적 이 있나요.
그대는 심장이 뛰는 소리마저 아름다울 것 같아요.

맨발로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아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그대는 꽤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가진 사람일 것 같네요.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엽서를 써본 적이 있나요.
딱 한 장의 엽서가 있을때 그대의 손에 쥐어진 펜은 누굴 향해 절절한 마음을 쓰고 있나요?

모든 것이 멈춰져 있는 듯 내 안의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졌을 때,
함께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적이 있나요?
그대는 사랑을 알고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겠네요.

순간을 소중히 하고 자연에게 감사하며, 현재 함께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 자연이 주는 소리와 감각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에어컨과 깨끗한 시트에 익숙해져 있던 나의 몸뚱아리가 모기와 개미가 반겨주는 방갈로에 갔더니 처음에는 불편한듯 했지만, 이내 단잠을 자게 하고, 새소리로 아침을 알려주었다.
사람은 자연안에서 안정을 찾는다는 걸 알았다.








3. 나의 행복


- 아이들과 함께 있으며 느꼈다. 나는 행복하다. 계속 웃게 된다. 그들은 나를 계속 웃게 만든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아름답고 예쁘고 완벽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나 또한 그랬고,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다시 상기했다.
아 참, 우리는 모두 그런 존재다.



- 명상과 사색, 독서와 대화는 내가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여행을 하며 환경에 대한 기회를 많이 접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 내가 추구하는 절대진리는 아니지만, 그럴때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만족도가 높아져서 자주 찾게 된다. 행복을.




 







4. 혼자와 함께



- 혼자여행을 할 때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했기에 몸이 자주 긴장했지만 사색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혼자서 생각을 하는 것의 장점은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내가 스스로 판단한 것들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지기가 어렵다.


- 함께 여행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의지하거나 내가 해야하는 것들이 생기면서 의견충돌과 사소한 감정소비가 생길 수 있다. 사실 사소하지 않다. 중요한 부분이다.
함께 다니는 장점은 안전하고 즐겁고 심심하지 않다는 것이지만, 혼자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고 상대에게 의지하거나 의지받게 된다.


- 함께 있으면 상대에 대해 더 관찰할 수 있게 되고, 관계가 더 깊어지게 된다.
나는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상대가 말해주어 알게되기도 하고, 상대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내가 말해주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 때때로 떨어지고 싶을때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때가 그렇다.
그러나 떨어지면 또 함께 있고 싶다.








5. 올라오는 감정을 바라볼 때


- 여행을 하며 문득 문득 지금 이 순간을 느끼지 못하고 또 잠재워두었던 불안함과 두려움, 막막함이 고개를 삐죽 내밀때가 있다.
특히 평소 인정받고 싶은 대상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해듣기만 해도, 깊숙히 숨겨두었던 불안함은 끝없이 솟아 나의 마음을 휘저어 버리곤 한다.
명상을 하며 알아차렸다.

나는 인간이기에 두려움, 무서움, 불안함, 질투심, 자책 등의 감정을 느끼는 구나.
질투심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질투많은 사람이 되는게 아니고,
불안함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불안정한 사람이 아니듯
나는 그저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 인간이다 라는 것.

감정들이 정리되니 차분해지고, 그러고나니 또 하고 싶은 욕구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저 내 속도로 천천히 조금씩 계속해서 걸어가야겠다.



- 치열하게 산다는 건 뭘까. '나 치열하게 살아왔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치열함'은 무엇으로부터의 치열함이었을까.
나는 내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걸까? 꼭 치열해야 할까? 그렇게하면 얻는 건 뭘까?
느리고 천천히 치열하지 않게 살면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되는 걸까

힘들게 살아온 것과 치열하게 살아온것은 다른 의미다.
누구도 힘들지 않게 사는 사람은 없을수도 있지만, 누구든 치열하게 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치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냥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겠다.
그래도 실패고 성공이고가 없는게 내 인생이니까
누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닌 게 내 인생이니까



- 타인의 우울을 알아차리는 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어렵다.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때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나는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려하기보다 나도 상처받았다 라는 걸 내세우게 된다.
이건 정말이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도 학습된 태도인지 이런 행동을 하더라.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고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자존심 때문인지 쉽지가 않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국 나 이외의 타인이다.
그 사람과 가깝다는 이유로 편해져서 조금 더 조심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거다.
나를 일깨워준 언니에게 고맙다.



- 여행을 하며 여러가지 감정에 직면하게 되고, 여러가지 경험들에 의해 알게되는 것들이 참 많다.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상황에 익숙하고,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된다.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된다.
힘들고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순간마저 나에겐 자양분이 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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