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제나 Mar 30. 2018

태국 북부 람팡 여행, 유기농마을에서 여름캠프 자원봉사

세계여행 33일 차-39일 차

[세계여행 D+33일 차-39일 차] 태국 북부 람팡 여행, 유기농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여름캠프 자원봉사활동


- 태국 북부 람팡 나꽈우끼우 마을의 마을공동체 ‘HUG GREEN’_03.24

태국 북부 람팡의 나꽈우끼우 마을에 다시 왔다.
3년 전의 기억이 다시 샘솟는다. 온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 
옴(Aom)과 엇(Earth)은 얼굴은 그대로인데 몸만 자랐다. 장난끼 넘치는 건 그대로라 너무 사랑스럽다.
우리를 다들 너무 반겨주셔서 정말 감동이고 감사하다.

우리가 온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딱 이 타이밍에 피 요(Pi Yo - 태국에서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 누나, 형에게 ‘피’+이름을 부른다.)와 HUG GREEN 허그 그린 그룹 사람들이 그린마켓을 열었다.


* HUG GREEN 그룹은 태국 람팡 시 나꽈우끼우마을에서 마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연구하고 활동하는 그룹이다.
Hapiness 행복, Understand 이해, Give 주는 것, Gender 젠더, Responsibility 책임, Earth 지구, Engagement 약속, Network 네트워크, 협업
*HUG GREEN 페이스북 바로가기
자본주의 시스템에 건강한 방식으로 반항하며 스스로 살길을 찾아가는 이들이 멋있고 존경스럽다.




피 요와 그룹 사람들은 ‘그린마켓’을 열어 아이들에겐 좋은 교육을 해주고 사람들에겐 마을의 홍보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도움을 준다고 한다.
언니와 나는 좋은 타이밍에 여기를 방문하게 돼서 참여하게 되었다.



방금 딴 코코넛 주스와 로컬푸드를 먹었다. 3년 전엔 적응이 안돼서 못 먹었던 찹쌀밥도 이제는 없으면 못 먹는다. 아이들은 3년 전과 비교해 얼굴은 그대로이고 몸만 컸다. 우리를 너무 반겨주고 좋아해 줘서 고맙다.

얼굴만 보러 왔다 가려했는데 여기서 눌러 살 것 같다.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마을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하여 고민하고 연구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많은 배움을 얻는다.


피요와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많은 부분 감동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팀을 꾸려 다음 세대를 위한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요는 지금은 우선 마을 사람들부터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아직 이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모든 사람들이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우선은 마을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그러고 나서 더 조금씩 넓혀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정부지원과 NGO협업들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피요가하는 말마다 전부 명언 같아서 내가 “피요 언제 책 낼 거예요?” 농담 삼아 물었더니 우선은 단계별로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대답했다.
마을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고 농업, 경영, 관광, 영업, 홍보 등 다방면에서 시스템이 정착하게 되면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참여자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그러고 나면 그때야 영상을 찍어서 배포하든 책을 내든 다른 방면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또 물었다
이 일을 하는데 두려움이나 당신의 미래에 어떤 두려움 같은 건 없냐고 묻자, “우리는 3분 뒤 미래도 몰라. 3분 뒤에 갑자기 호흡이 멈출지 아무도 몰라”라고 답한다.

두려워도 계속해 나가는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한 태도가 느껴졌다.

아 이 사람 언제까지 명언제조기 할 텐가..


정말로 지구를 위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그리고 지금 있는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진정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생태계를 꾸려나가려 하는 피요와 나꽈우끼우 사람들이 멋있다.
한국에도 젊은 사람들이 귀농과 공동체 마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하자, 한국은 운이 좋다고 했다.
사람들이 그런 방면에 관심이 많고 정부의 정책들도 도움을 지원하는 것이 많다고.
와 나보다 한국 정책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구나.. 또르르..

이 마을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 사람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그들과 그들의 삶을 알게 된 나의 미래도 기대된다.



- 기대되는 마을, 기대되는 사람들의 삶_03.25

나꽈우끼우 마을은 한국과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도서관에 들어오면 한국초등학교에서 보낸 한국 아이들의 이름과 편지들이 장식되어 있다.
지금은 옆에서 마을의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피요가 원하는 세상은 마치 이데아 같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에게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좋은 자극이고 좋은 깨달음이다.
이곳 사람들이 만든 유기농 채소와 유기농 물건들은 물건의 질과 인력 시간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와 싸서 좋다 라고 생각된 건 내가 커스터머 입장일 때였지만
이곳 사람들의 친절과 이해를 어느 정도 하고 나니 이렇게 팔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 요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먼저 공정무역에 대한 교육과 이해를 시켜서 더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한다.

예를 들어 피 요는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돈 때문에 마을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젊은 부모들은 이혼하지 않고 아이들은 양 부모 밑에서 함께 살 수 있으며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우고
서로가 상생하며 살 수 있는 그런 마을을 꿈꾼다고.

그 길이 쉽지는 않다고,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부터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과정 등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다고. 그러나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세상을 꿈꾸면서도 왜 섣불리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없는 걸까?
3년 전에도 분명 피요가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가서는 그대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노예가 되어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계속해서 드는 의문 때문에 떠나온 여행
여기서 어느 정도의 희망을 보고 간다.


- 아이들이랑 있으니까 행복한 나_03.25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함께 웃으며 느꼈다.
‘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예쁜지 알까. 이때는 절대 진심으로 모를 것 같다. 나는 저만 할 때 정말 몰랐다. 내가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완벽한 존재인지.’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언니가 ‘너도 그래. 우리 다 그래’라고 했다.
아 오랜만에 심쿵 

아이들과 있으며 느꼈다.
행복하다 내가 계속 웃게 된다.
그들은 나를 계속 웃게 만든다.


또 여러 아이들 중에서 유독 알고 싶은 아이들이 생겼다.
함께 있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
옆에 친구 그림을 그대로 보고 그림 그리는 아이들
마음속이 궁금해진다.
아이들을 알아가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면서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냥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있을 것 같지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예민한 마을들이 왔다 갔다 하는지를 잘 안다.
마냥 해맑게 웃고 있지만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공부가 덜 된 어른의 생각 없는 행동이 깨끗한 물 같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라서
가끔은 다가가는 게 부담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다가오는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우리는 ‘아기 상어 Baby Shark’ 노래를 통해 완전히 친해졌다. 
3년 전 여행하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하며 만났던 아이들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얼굴 보기가 힘들다 ㅠㅠ 하지만 새로운 아이들과 친해져서 또 행복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빨리 지나갔다.
치앙마이에서는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마음이 자리 잡은 채 하루가 지나갔다면 여기서는 완전한 힐링에 시간이 빨리 간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웃음은 ‘물’이고 ‘햇빛’이라는 걸 느꼈다.
무표정이거나 화난 표정의 어른은 아이들에게 독이거나 가름막에 틀림없다.


아이들의 교육과 놀이를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이곳의 어른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예절을 배운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음식 제공 및 여러 도움을 주시고, 아이들은 밝은 웃음으로 사랑을 전파시킨다.




- 아름다운 머릿결을 갖고 싶다면 어린아이가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게 하라. - 오드리 헵번 _03.30
30밧을 주고 동네 미장원에서 머리를 감았다. 샴푸 린스를 하는 건데 간단한 머리 마사지를 해줘서 너무 좋았다.
덱 덱(아이들)들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손을 만지고 귀에 거품을 만지는 것들이 눈을 감은 채로 느껴졌다.
머리를 말릴 때는 또 덱 덱들이 한 올 한 올 빗겨주어 찰랑이고 예쁘게 머리를 말렸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들이 내 머리와 몸을 터치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어느새 다가와 무릎에 앉아있고 계속 옆에서 조잘조잘 거리는 덱 덱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머리를 감겨주시던 아주머니는 언니 머리를 감으며 나를 보면서 환한 엄마미소를 지으셨고 나는 왠지 아주머니의 표정에 또 행복해졌다.

아이들을 보며 내 어릴 때 어땠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떤 아이였는지, 내 기억 속엔 자주 울고 불안해하고 부끄러워 숨던 내가 있는데, 어떤 어른들의 기억 속엔 또 그저 사랑스러운 한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드리 헵번의 명언이 생각나는 날이다.


<오드리 헵번 명언, 죽기 전에 아들에게 남긴 말>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For Attractive lips, speak words of kindness.

사랑스러운 눈을 가지고 싶으면 사람들 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For lovely eyes, seek out the good in people.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For a slim figure, share your food with the hungry.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For beautiful hair, let a child run their fingers through it once a day.

아름다운 자세를 가지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For poise, walk with the knowledge that you never walk alone.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People, more than things, have to be restored, renewed, revived, reclaimed, and redeemed.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Remember, if you ever need a helping hand, you will find one at the end of each of your arms.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As you grow older, you will discover that you have two hands, one for helping yourself and the other for helping others.”





수둥이의 지구여행 인스타그램

수둥이 수정의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여행 한 달 차 배우는 점, 느끼는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