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 대폭락, 패닉 시장 속 나의 생존법

살아남기 위해 '못난이 종목'들을 덜어내다

by 라온

종가 기준 하루 -12%, 살다 살다 이런 폭락을 다 보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최대 일일 낙폭이 -8.4%였고, 2008년 금융위기 때가 -10.5%였다.

결국 IMF 사태(지수 300선 붕괴)라는 철저한 국내발 위기를 제외하면, 글로벌 이슈로 인한 하락 중에서는 내 세대가 처음 겪어보는 전대미문의 하루 기준 최대 폭락인 셈이다.


어제 -7% 하락을 맞았을 때 이미 겁을 먹긴 했다. 하지만 남은 현금을 섣불리 투입(물타기)하지 않았다.

코로나 폭락장을 복기해 본 결과, 떨어지는 칼날에 현금을 들이밀면 불상사를 낳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금방 반등해서 수익을 낼 확률도 있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10번을 잘 버텨도 단 1번 물타기를 잘못해서 원금을 크게 까먹으면 회복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전쟁은 트리거일 뿐, 본질은 차익 실현이다


뉴스는 당장 내일이라도 세상이 망할 것처럼 자극적인 공포를 쏟아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는다는 둥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지수를 뜯어보자.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3월 3일 기준 -0.94% 하락에 그쳤고, 아시아권인 일본(니케이)과 홍콩(항셍) 역시 -2~3% 수준으로 빠졌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어제 -7%, 오늘 -12%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작년에 코스피가 75% 올랐고, 올해 2월까지 50%를 돌파하며 미친 듯한 상승 가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수익 구간에서 '전쟁'이라는 완벽한 핑곗거리(트리거)가 등장하자 엄청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섬뜩한 사실은, 이틀간 지수가 이토록 박살이 났는데도 올해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20% 구간이라는 것이다. 올해 시장에 머무르고 있는 투자자들은 평균 20% 수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직 더 빠질 여력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폭락장에서의 행동 지침, 물타기 대신 교체매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기계적인 손절을 할 수 있는 강심장은 거의 없다. 시가부터 엄청난 갭 하락으로 시작하는데 그걸 곧바로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고수가 맞다. (애초에 매매 호흡이 짧은 단기 트레이딩은 예외로 하겠다.)


나 역시 장중 반등을 기다리다가 정리 타이밍을 놓치고 하락을 고스란히 두들겨 맞았다. 순식간에 올해 벌어둔 수익 중 상당 부분을 토해내버리고 말았다.


장중에는 공포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 할 뻔했다. 창을 보니 원유, 해운 등 일부 테마를 제외하고는 시장의 모든 주식이 바겐세일 상태로 내던져지고 있었다.

나는 일단 멘탈을 부여잡고, 과거 코로나 폭락장 때 써놨던 노트를 부랴부랴 찾아 나섰다. (심지어 그때는 일일이 수기로 써둘 때라, 최근 이삿짐 틈에 섞여 행여나 없어지진 않았을까 속으로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노트를 찾아 펼쳤고, 과거의 뼈아픈 기록을 복기해 얻은 결론은 명확했다.

이른 정리를 못한 상태에서 이런 폭락장을 맞이했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바로 ‘교체매매’였다.


코로나 때는 뼈아픈 실수를 했었다.

낙폭이 적은 종목을 팔고 낙폭이 가장 큰 종목에 비중을 실었다. 호가가 얇아진 만큼 단기 반등이 셀 거라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락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자, 덜 빠지고 더 빠지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눈에 못난 종목은 남들 눈에도 못난 종목이었고, 반등장에서도 철저히 소외당하며 계좌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갔다.


그때의 쓰라린 오답 노트 덕분에 이번에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못난 종목 또는 못나져 버린 종목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그 비중만큼 가장 확실하고 매력적인 종목에 실었다.

지난 1년 넘는 강세장 속에서 나도 모르게 포모(FOMO)에 휩싸여 주워 담았던 '백화점 포트폴리오'를 이번 하락을 기회 삼아 압축하고 다이어트한 것이다.


시장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대응할 뿐


이 결정이 며칠 뒤 더 큰 아픔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내가 던진 주식이 보란 듯이 회복하고, 비중을 실어둔 주식이 지지부진할 수도 있다.

코로나 때의 기록을 참고했을 뿐, 이번 시장의 성격은 또 다를 수 있으니 100% 확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심리적인 방어선은 구축했다. 단기간에 크게 먹겠다고 남은 현금을 쏟아붓기보다는, 더 잃을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차단하는 게 지금 시장에서는 훨씬 중요해 보였다. 개인이 기관을 이길 수 있는 무기는 결국 '집중 투자', '현금 비중', 그리고 '시간'이니까. 매력적인 종목이 없으면 현금을 쥐고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는 특권을 굳이 버릴 이유가 없다.


당분간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미친 듯이 반등했다가 다음 날 더 큰 낙폭으로 내리꽂을 수도 있다. 뉴스를 보면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장 초반에 계획했던 매매 시나리오만 이행하고, 창을 닫은 채 내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멘탈에 가장 이롭다.


이럴 땐, 중국 현지의 엉망진창인 VPN 탓에 주식 창이 느려터진 게 오히려 뇌동매매를 막아주는 훌륭한 안전장치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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