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이 났는데, 왜 우울할까?

뜨거운 시장, 그리고 묘한 소외감

by 라온

2026년 2월. 연초부터 한국 증시가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수는 쉴 새 없이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독일 지수를 제쳤다", "반도체가 세계를 휩쓴다"는 뉴스가 연일 도배된다. 물론 말이 되는 상승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가치는 경쟁국들보다 우수하고, 미중 패권 전쟁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으니까.


거기에다 정부 정책과 강력한 외국인 수급이 맞물리며 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는데, 쉼 없이 달려가는 강세장을 지켜보는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내 계좌도 다행히 빨간불(수익)이긴 하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수익은 시장 지수(Index)의 가파른 상승 곡선을 온전히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 즉,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인 '알파'가 없는 것이다.

시장 평균은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데, 내 계좌는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기분.


지수 ETF나 대장주 한 종목만 진득하게 쥐고 있었어도 지금보단 나은 결과를 냈을 거라는 사실을 마주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매일 밤 꾸준히 복기하고 공부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느껴지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회의감이 밀려온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일종의 FOMO(Fear Of Missing Out)다.


나는 왜 여전히 시장의 속도를 온전히 타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가.


원인은 명확하다.

첫 번째는 '학습된 습관'.

나는, 그리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갇혀 살았다. 적당히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다시 줍는 것이 가장 현명한 생존 방식이었던 긴 세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철저히 추세를 따르고, 그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끝까지 엉덩이를 무겁게 가져가야 하는 장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거부한다. "이러다 또 빠지겠지" 하는 본능적인 공포가 수익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하게 막는다.


두 번째는 '선택과 집중의 실패'.

조선, 방산, 원자력으로 시작해 반도체, 바이오, 금융으로 이어지는 숨 가쁜 순환매. 가는 종목만 더 가는 장세. 여기서 소외되지 않으려다 보니 담고 있는 종목 수가 작년 대비 확연히 늘었다. 소위 '백화점 매매'가 되어버렸다. 분산 투자가 리스크를 줄여준다지만, 지금 같은 강력한 불장에서는 내 수익률을 갉아먹는 주범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