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변화보다는 '다음'을 준비하는 법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지 않기로 했다

by 라온

솔직히 인정하자. 나는 '쫄보'다.

이미 높은 가격을 형성한 주도주에는 차마 손이 나가지 않는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평가라 판단되는 종목, 안전해 보이는 바닥권 종목에 비중을 싣는다.


결과는?

대장주가 하늘을 뚫을 때 내 종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시장이 조정받을 땐 더 많이 빠진다. 최근 국내 'VIP자산운용'과 같은 내로라하는 가치투자 운용사조차 지수 대비 저조한 성과에 사과문을 올렸다고 한다. 정통 투자 방식조차 수급이 밀어 올리는 이 거대한 장세 앞에서는 무력했던 것이다.

거물들조차 흔들리는 이 시장에서 내가 느끼는 공허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스타일을 바꿔 불타는 대장주로 갈아타야 할까?

나는 "아니요"라고 답하겠다.


준비되지 않은 매매 스타일의 변화는 계좌를 망가뜨린다. 충분한 학습 없이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려 매매 패턴을 바꿨다가는 대응 불능의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었다가 넘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덜 먹는 것'이 낫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을 뼈저리게 기억하는 것'뿐이다.

이번 시장의 성격과 나의 대응을 면밀히 기록하여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유사한 상황이 다시 도래했을 때, 지금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추세에 올라탈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 그것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만의 로직을 다듬어온 투자자가 이 뜨거운 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다.


수익률의 숫자에 매몰되어 우울해하기보다, 이 소외감을 복기의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내 차례는 반드시 온다.

다만 그때를 위해, 지금의 오답 노트를 충실히 써 내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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