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이 우연일까?

2400에서 6000까지, 이 거대한 시장의 진짜 이유

by 라온

2026년 2월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광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하다.

2025년 초 2,400 선에서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던 코스피가 그해 4,200을 뚫더니, 올해 들어 단 두 달 만에 6,000 고지를 밟았다. 작년에만 75%가 올랐고, 올해 벌써 50%가 날아간 셈이다.


누군가는 "이제 고점이다"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싸다"고 한다. 장이 오를 때마다 나오는 뻔한 레퍼토리들. 물론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것도 맞다.

하지만 단지 펀더멘털만으로 지난 수십 년간 꽉 막혀있던 '박스피'의 뚜껑이 이토록 단번에 열렸다고? 솔직히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거대한 랠리 뒤에는 아주 명확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본다.

국가적인 부의 이동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코로나 시기에는 너도나도 영끌해서 집을 샀다. 서울이 오르면 경기도가 오르고, 지방까지 온기가 퍼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철저한 양극화다. 일부 핵심지는 여전히 뜨겁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는 표현이 맞다.


대출 규제와 금리 장벽에 막혀 영끌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여전히 집이 없는 40% 이상의 무주택자들에게 지금 고점의 부동산에 뛰어들라는 건, 사실상 자산 증식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정치는 결국 '표'로 움직인다. 내가 만약 정부라면, 이 성난 서민들의 표심을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과거처럼 규제 폭탄을 쏟아내는 카드? 이미 진입장벽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부동산 시장에서 규제 몇 개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정부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대안은 1,400만 개미가 모여 있는 주식 시장뿐이다. 자산 사다리가 끊긴 이들에게 주식 시장은 이제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유일한 생존의 희망이자 거대한 정치적 승부처가 된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부동산에 뭉칫돈이 묶이는 건 국가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세수가 늘어날 순 있어도, 기업이 크거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건 아니니까.

반면 주식은 명분이 좋다. 개인들의 자금이 시장을 돌고 돌아 기업으로 용이하게 조달된다면, 기업은 그 돈으로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을 그릴 수 있다. 여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훌륭한 타이틀까지 붙일 수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금융시장 규제 완화와 주주환원을 외치는 건, 서민들에게 '주식으로 돈 벌 희망'을 주어 표심을 잡으려는 아주 기가 막힌 정치경제학적 계산이지 않을까.


아니면 정말, 우리나라 시장이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낄 만큼 환골탈태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시기가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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