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거 쓰면 되잖아.
개발자 없이 외주에만 의존하던 우리 회사, 결국 외주업체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고야 말았다.
프로젝트는 앞으로는 가지만 결과를 예측할 순 없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결국 대표님은 결단을 내렸다.
“개발자를 내부로 뽑자.”
드디어 개발자 입사가 결정됐고, 어쩌면(?) 당연한 요청을 했다.
“개발용 컴퓨터는 어떻게 되나요?”
그 순간 대표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개발자 컴퓨터 꼭 사야 해?”
순간 정적.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뭘로 개발하시게요…?”
대표님은 태연하게 말했다.
“자기 컴퓨터 있을 거 아냐? 그거 가져오면 되지.”
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대표님…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장비로 일하고요, 특히 개발자는 보안 문제도 있고, 만약 데이터라도 날아가거나 책임도 애매하고…”
대표님은 아무 말 없이 창고 쪽으로 걸어가더니, 컴퓨터 하나를 가리켰다.
“저건 어때? 저걸로 개발 안 돼?”
나는 무심코 그 컴퓨터를 바라봤다.
낯이 익다 했더니, 사무실 이사때부터 있었던 알수 없는 데스크탑이었다. 키보드엔 먼지가 쌓였고, 부팅만 해도 10분은 걸릴 듯한 녀석이었다. (팬소리 들으면 이륙할거 같다)
“대표님… 저건 성능도 그렇지만, 앱 개발하려면 맥이 꼭 필요해요. iOS 개발은 맥 없이는 아예 시작도 못 해요.”
대표님은 한숨을 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직원 C를 부른다.
“야, C야! 맥 컴퓨터 필요하대! 당근에서 좀 찾아봐.”
그날 이후, 우리는 사무실 구석에 놓인 맥북 중고 시세를 열심히 검색하며 또 하나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어떤 회사는 AI를 연구하고, 어떤 회사는 최신 장비를 자랑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것보다 훨씬 유연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대표님과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도 개발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