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감; 은은한 불쾌함
다독가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추천한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었다.
회사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신착 도서 전용 책장에 이 책이 꽂혀있는 걸 보게 됐다.
책 상태로 보아 앞서 거친 독자가 두서넛 될까? 눈에 띄게 낡거나 함부로 헤어지지 않은 인기도서를 이렇게 쉽게 손에 넣다니. 행운이었다.
이 책은 9개의 단편으로 엮여있다.
내용이 난해하거나 문장이 길고 복잡하거나 주인공이 많은 것도 아닌데 책장을 빨리 넘기기에는 영 찝찝하고, 넘겼다가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게 되었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의미 있는 단어나 구절을 취향 탓으로 뭉뚱그려 넘겨버렸나?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내내 내 기분에 생각이 머문다. 왜 기분이 가라앉지?
이 책을 나만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소외감,
내가 트렌드에 전혀 민감하지 못한 낡은 세대가 되었다는 명쾌한 인지,
소설의 전형적인 플롯에서 벗어나있는 작품이 어째서 권위 있는 상을 줄줄이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과 그 의문에 대한 자아비판과 이어지는 자책.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무맛은 아니다. 확실히 여운은 있다.
은은한 불쾌함, 문장들 사이 빈 공간들과 맺어지지 않은 결말에 대한 질문들 사이에서.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거나 따라잡기 싫은, 머무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영영 떼고 싶지 않은 꼰대가 되었구나 싶다가도 아니다, 취향은 취향일 뿐 나를 오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 이건 취향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