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가 눈물 흘릴 때

심리학자 리안과 택시드라이버 윤기사의 이야기

by Raphael song




리안은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딸아이의 영성체와 마리아 축일을 기념하며 십자가 목걸이를 사서 집에 들어가는 길이다. 7월 날씨는 유난히 덥다. 이곳이 열대 우림 기우가 되는 것일까 습하고 뜨겁고 살기 힘든 곳이 되어 가고 있다. 멀리서 전광판 뉴스에 코로나 발생자수가 늘고 있는데, 무정부 상태인가?라는 자막이 지나간다. '언론이 이제 정신을 차리고 있는가'란 혼잣말을 내뱉는다. 지하철은 사람이 엄청나고 유명 가수가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교통 혼잡이 오늘따라 더 대단하다. 이도시는 좀처럼 혼잡이 없는 편인데, 빵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이후로는 주말에 인파도 많고 사람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리안은 멀리 한 적한 골목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카카오 택시를 부를지 고민했다. 그런데, 시야 멀리서 4279번 차량이 빈자리가 있다는 빨간 불을 뿜으며 오고 있었다. 리안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웠다. 거기다가 멋진 중형 세단의 모범택시가 아닌가? 환영하는 마음이 일었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반갑습니다.”라고 승객이 먼저 환영하며 인사한다. “네 어서 오세요.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밝고 친절하게 묻는다. “덥네요. 뵈니까 너무 반갑네요. 시청 앞 문 브리지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다. 윤방윤 이름 석자와 믿음직스러운 좋은 인상의 사진이 뒷좌석 옆에 붙어 있었다. 윤기사는 오랫동안 한 길을 오래 지내왔는지 배테랑의 느낌이 났다. 모범택시라서 그랬을까? 돌아가는 길이 아닌 빠른 길을 위해 골목을 새의 조망으로 보고 강변도로 하상도로를 타기 위해 길을 찾고 있다. “골목에 차가 빼곡하네요? 운전하기 까다로우시겠어요.”라고 리안이 격려하듯 말을 이었다. “이게 다 상권을 보호하자고 단속을 예외적으로 풀어줘서 그렇죠. 필요는 하고요. 지나다니는 사람은 좀 불편하죠.” 윤기사는 초연한 듯 말한다. 골목을 돌았더니 일방통행 길이 많아 패턴을 파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 베테랑은 최단거리로 하상도로를 타서 이 교통대란 일대를 피할 수 있었다. “정말 길을 잘 찾으시네요. 늦었는데 고맙습니다.”라고 리안은 격려를 잊지 않았다. “뭘요. 이게 직업인데요. 능숙하죠. 지역 지리는 빠삭합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데서 지침과 자부심, 뭔가 다양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 일 오래 하셨지요? 모범택시는 조건이 까다로워서 무사고여야 하고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물었다. “(작은 한 숨) 그렇지도 않아요. 들어가기가 어렵지 좋을 게 없어서... ”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리안의 질문이 마중물이 된 듯했다.


윤기사는 여느 기사님들과 달리 정치 얘기와 사회 불만에 대한 분노를 승객이 견디기 어렵게 부담스러울 때까지 털어놓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비행기를 조종하듯 능숙하고 부드러운 운전은 놀라웠고 말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양한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리안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듣고 또 듣고 경청하며 치유적 대화에 진입하게 되었다. 퇴근하면 코드를 뽑듯 일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그지만, 자주 보는 흔한 일이다. 리안의 위로와 격려가 마중물이 되면 리안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깊은 수준의 자기 노출을 하게 된다. 그러면 노출과 함께 수용과 공감이 더해지면 정화가 일어나고 치유를 경험하곤 했다. 그런 그도 잘 알고 있어서 주로 입을 닫고 있지만 심리적 위기에 처해있거나 인품이 훌륭한 분을 만나면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름 값이 올랐습니다. 법인 택시는 시급 1만 원 받기도 어려워요. 5천원 수준에서 8천원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는 계속 마음의 물을 퍼낸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이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택시가 부족해요. 수요일부터 주말까지는 10시 이후 택시 잡기 어렵습니다. 일찍 다니시는 게 좋아요. 지하철이 끊기는 시기에 택시도 없어서 애먹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고는 침묵이 이어졌다. 어찌 저리 힘든 얘기를 교양 있게 말씀하나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리안은 마중물에 욕설과 분노, 투머치 인포메이션을 선사하는 분들에게 지쳐 있었는데 매우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까지 했다. 호기심과 궁금증도 생겼다. 더 듣고 싶어졌다. 더 듣기 위해서는 경청과 촉진적 질문이 정답이다.


윤기사는 나이가 많아서 이직하고 싶어도 이직이 쉽지 않다고 했다. 기름 값도 오르고 회사에 돈을 가져다주는 것도 어렵고 야간에 더 일해 봐야 몸만 힘들고 약값이 더 나온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모범택시를 하며 가치 전념하며 현존해왔지만 그가 원한 일은 따로 있는 듯했다. 그는 시스템을 원망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시스템에 순응하지만 지쳐 있었고 모범택시라고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보상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감사와 겸손함이 있지만 우울이 공존하고 있다고 리안은 아까부터 쭉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간 지각력이 엄청 좋아 보이세요. 운동 신경도 좋으신 거 같고 운동 취미는 어떠셨어요?” 아부가 아니었다. 리안은 화제를 전환해서 강점을 말해주고 싶었다. “저야 애들 키우느라 그랬지 높이뛰기를 하고 싶었지요. 어린 시절 꿈나무라고 부족한 여건에 매트 겹겹이 놓고 방과 후 남아 연습 많이 했었지요.” 그는 겸손하지만 기다린 듯 반갑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TV에 나오는 저 친구처럼 잘했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부모님이 지병이 있어서 빨리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안 해본 것이 없어요. 택시를 가장 오래 했지요. 전환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선수의 플래카드를 지나친다. 리안이 묻는다. “혹시 하고 싶었던 일이 더 있으셨을까요?” 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리안은 15분 안에 내릴 때가 되어서 초조했다. 이 침묵을 깨는 얘기가 진짜일 텐데 다 듣지 못할까 봐 불안해졌다. 꺼낸 이야기로 열린 마음을 잘 봉합하고 컨테인먼트에 넣지 못하고 내릴까 초조함이 몰려왔다.


윤기사는 먼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운동이야 선수 생명이 짧잖아요.” “아마 젊은 날에 열심히 잠깐 하고 통장이 넉넉하면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을 거 같아요. 항해사라던지, 비행기 조종사가 더 제가 원하는 일이었어요.” 리안은 말을 이었다. “그러셨군요. 잘 어울리시네요. 다 조종하고 여행을 자주 하는 일이네요? 그렇죠?” 윤기사는 자신은 참 자유를 원한다고 했다. 메여있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했다. 성실함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지만 자신은 성실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마음대로 사는 것’ 루틴함을 잘하지만 루틴함이 싫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자유로운 영혼은 택시와 함께는 보상과 자유가 충분하지 않아 우울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침을 삼키고 무겁게 입을 뗀다. "선생님 이쪽 일 하시는 거 같은데요." 잠시 침묵이 있다. “저 우울합니다. 사는 낙이 없습니다.” 눈물이 선글라스 안에 고여 좌우 끝으로 타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리안은 대각선 뒤에 앉았지만 눈앞에서 본 듯 생생하고 복받치는 그의 감정에 다소 당황했다. 생각보다 고통이 크고 감정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침묵이 다시 이어졌다. 리안은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삶이 우울을 만들고 있구나.”라고 마음으로 말했다. 그가 수면과 다른 생물학적 지표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흔한 교대 업무 하는 분들의 특징, 우울의 증상이면서 소진을 더 악화시키는 증상을 떠올렸다. 리안은 충분히 들어주고 있었지만 그는 속으로 수면이 부족할 가능성, 이것이 기분과 생각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요즘 잠은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잠 잘 못 자죠. 설칠 때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도착지가 가까이 왔고, 멀리 시야에 도로를 보니 사무실 갓길 주차가 즐비해서 도로 옆에 잠시 서기도 어려워 보였다. 급하게 내릴 준비를 하면서 리안은 부드럽게 힘주어 말했다. “자기 전에 수면위생이란 것을 해보시고, 의학적 도움도 받아보세요. 마음챙김이라고 유튜브에 검색도 해보시고요.” 윤기사는 갑작스러운 리안의 적극적인 말들에 다소 놀랐다. “예? 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제가 정신건강 분야에 있는데요. 잠 못 자면 장사가 없어요. 전문가를 만나 수면 보조 약물도 고려해보시고 수면이 괜찮아졌는데도 우울하면 그동안 못했던 것, 원하는 것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래도 우울하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치료센터를 찾아가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응원합니다 기사님!” 그는 간결하지만 따듯하게 진심을 다해 말했다. 기사님은 그러겠다고 했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저 앞 상담센터 간판 근처에 세워주세요.” 현금으로 택시비 1만원을 지불하고 잔돈은 괜찮다고 건강하시라고 하고 내렸다.


리안은 건물 앞에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 멀리 시청 노을 진 하늘을 바라봤다. 일정이 있어서 급하게 내리기는 했지만 미완의 도움 때문에 찜찜했다. 멀어져 가는 택시를 바라봤다. 4279번 H사 검정 그렌저를 보면서 "전문적인 친구가 필요한 타이밍인데.."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30분 사이에 부쩍 가까워진 느낌의 윤기사를 보내고 나서 여운이 오래 남았다. “뭘 하고 싶은지 더 묻고 싶었는데,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차라리 무슨 전문가라고 말하고 진단과 함께 코칭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방문을 권하는 것이 좋았을까?” 다양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큰 머루 눈으로 자신을 반기는 아이를 보면서 잠시 생각을 내려놓기로 하였다.


여름이 가고 10월 가을 리안은 오늘도 새벽부터 수영장을 향하고 있었다. 자주 앉아 있는 직업병 덕분에 일부러라도 운동을 자주 하려고 하면서 좋아하던 자유수영을 다시 등록했다. 어제 술자리에 하키 친구 봉스미의 충고가 떠올랐다. “리안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제발~ 즐거운 얘기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우울한 얘기 말고(어깨동무하며) 나나 잘 살았으면 좋겠어!” 술 취해서 하는 레퍼토리의 말인데 그날따라 뼈 있게 느껴졌다. 경조증 경향이 있는 봉스미의 그런 말들은 다 자기 틀과 기준으로 남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어서 불편했었다. 리안은 평소 그의 삶의 기복을 걱정하였다. 봉스미와의 대화 역동 때문에 더 보수적이고 리스크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 패턴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은 틀린 말이 아닌 듯해서 떠오름이 지속 거슬리고 밀어내려고 할수록 그 장면이 더 반추되었다. “나는 재미있게 자유롭게 살고 있는 걸까?” 자문해보았다.


수영장 입구에 낯익은 4279 번호 차량이 보였다.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 심리학자 리안은 사람 얼굴과 기타 의식한 정보에 대한 기억력이 높은 편이다. 20년 이상 관련된 일을 하면서 훈련이 더 된 듯하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도 친숙한가 여부로 재인도 잘하는 그였다. "오! 그 택시 차량인데... 신기하다." 근데 모범택시 표시가 없는데, 검정 그렌저에 번호가 맞았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게 차 주변에 얼쩡거리는 모습이었다. 차 안에서 주인이 내렸다. 유니폼을 입지 않았지만 지난번 그 윤기사였다. 리안은 반가운 마음에 조용히 옆에 따라 걷다가 말을 걸었다. “(크흠!) 기사님~ 안녕하세요. 이 근처 사시나 봐요? 저 지난번 승객이었는데 기억이 나세요? 여기서 뵈니 반갑네요. 차가 바뀌었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얼굴이 밝아지며 크게 놀랐다. 여느 때처럼 친절하게 응대하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리안이 말을 이었다. “윤기사님, 맞으시죠? 그때 수면 얘기하고 상담센터 앞에서 내렸던 그 승객입니다.” 그는 동공이 커지면서 반갑게 한번 더 맞이한다. “네 기억나죠. 선생님! 그때 덕분에 자료 찾아보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면도 많이 좋아졌어요. 상담센터 가려다가 동네 앞에 정신과에서 수면제 우울 약 처방받고 많이 좋아졌어요. 운전하며 오가다 인사하러 한번 들르고 싶었습니다만 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그는 문을 잡아주며 같이 들어가자고 손짓한다.


수영장 앞 벤치에 두 남자가 어색하지만 익숙하게 앉아 있다. 그들은 수영장 앞에서 작정하고 잠시 대화를 더 나눴다. “저 택시 그만두고 화평시로 가서 좀 지내려고요. 부모님이 계시던 곳에 집과 땅도 좀 있고요. 가족이 반대를 조금 했지만 연금도 나오고 괜찮아서 거기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화평 그곳은 리안의 고향이기도 했다. 리안은 좁은 세상에 다시 한번 놀랐지만 반가운 마음에 고향 얘기를 말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듣고 있었다. 리안은 끄덕이며 더 잘 듣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제가 뭘 하고 싶은가 생각해봤어요. 덕분에 배를 하나 사서 물고기를 잡고 자연과 함께 지내고 싶더라고요.” 말을 이었다. “무리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오랜 한 같은 것이 있어서...” 리안은 말했다. “기분, 수면이 개선되었는데 발견한 것이면 진짜일 수 있지요. 하고 싶은 것 하시면 우울이 좋아질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망설이다 말을 더 이었다. “그리고 저도 거기 잘 압니다. 부모님의 고향입니다. 궁평항 아세요?” 윤기사는 말한 곳이 거기라고 손가락을 들어 호응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네~ 배를 한 척 사두었어요. 아주 작은 배요. 물고기 잡이 배인데요. 거기에 살기로 해서 회집과 붙어있는 배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어요. 운영에 어려움이 있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분들이 있어서.. 전입 신고도 하고 모아둔 돈을 털어 사기로 했습니다. 항해사 자격증도 있고요. 가서 바다와 함께할 생각 하니까 설레고 긴장도 되지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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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남자 둘은 살아온 얘기를 더 나눴다. 술도 안 마시고 나누는 남자들의 대화 모습은 이 동네에서는 흔한 광경이 아니다. 물론 대화 주제는 윤기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화평 지역은 리안의 고향이기도 해서 향수를 불러왔다. 화평 궁평항에는 관리하기 어려워 고민이 되는 부친이 물려준 은진호라는 배가 정박해있다. 배와 관련한 회집은 대여해준 상태이다. 리안은 고향을 떠난 지 30년도 넘어서 사실 마음의 거리가 있었다. 한두 달에 한번 가서 정원이 있는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기사는 어린 시절 포구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일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배를 타고 싶었으나 조업 중인 배를 태워줄 리 만무했지만 항상 배를 운행하는 선장과 배 안에서 분주히 일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죠~ 중학생 시절 맛조개와 낙지를 잡으러 배를 타러 나가는 부모를 따라갔었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배 안에서 덥고 배 멀미에 힘든 경험을 했었다 말했다. 어른들을 따라 낙지를 잡는 시늉을 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부친의 손놀림과 낙지가 손에 닿아 낚을 때까지 인내가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라 몇 개와 다 죽어가는 듯한 물컹한 꽃게를 주운 게 전부였다. 부모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고생을 그만하셨으면 좋겠고 돈을 많이 모아서 호강시켜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부지는 배를 한 척 가지고 싶어 했어요. 남의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죠? 어느 날은 갈등과 속상함이 있었는지 선장 욕도 하고 술 한 잔 하고 주정하고 주무시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배를 한 척 사서 제사라도 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안은 크게 공감이 되었다. 아니 공명이 되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잘 아는 그였다. 경험을 꼭 해볼 필요는 없지만 문화와 맥락을 아는 것은 중요했다. 눈물을 훔치는 윤기사에게 리안이 화제 전환 겸 약간 장난기 있게 웃으며 물었다. “배 이름은 뭐라고 지으셨나요?” 순발력 있게 대답이 온다. “파평호! 파평호라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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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수영장을 나와 차를 몰고 자신의 상담센터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았다. 줌 아웃에서 줌인으로 영상처럼 카메라가 돌아갔다. 태양에 그을린 피부의 사내가 배를 몰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60넘은 나이에 고되지만 고된 줄 모르고 움직이는 몸짓, 정맥 핏줄 드러나 각지고 다부진 근육의 손으로 그물도 올리고, 배 구석구석을 세차하듯 닦는 프로 어부 같은 모습을 상상했다. 리안에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슬픔이 잠시 일어나 지나간다. 리안 부모의 삶은 고단했고 가지가 많은데 척박한 들판에 있어 바람 잦을 날이 없었다. 부모가 상처와 마음 기복이 많아 모순되게 자식인 리안 속을 많이 썩게 만들었지만 리안은 건강했던 부모의 젊은 모습들이 그리웠다. 윤기사도 그런 마음일 것 같았다.

그날 밤, 리안의 꿈에는 오랜만에 화평에 방문했다. 10월 가을 5시 저녁 무렵, 궁평항이 멀리 보이고 만조로 평화로운 바다 가운데 배들이 나란히 앵커를 박고 고요히 머물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꿈속 그가 더 가까이 가보니 사이좋게 두 배가 나란히 보였다. 하나는 은진호라고 쓰여 있었다. 그 옆에 다른 하나는 파평호라고 글씨가 크게 적혀 있었다. 갈대가 날리며 바다 바람이 살살 불고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붉게 노랗게 노을 배경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한쪽에는 어획물을 박스 통에 담고 물건을 정돈하는 건장한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 아이가 사내에게 내달린다. 잡힌 물고기들을 보고 연신 감탄하자 그 아비가 아이를 가볍게 들쳐 안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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