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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훈 Sep 11. 2022

함흥 돌담길 (시)

함흥 돌담길


함흥으로 달려가네

황금빛 집을 짓고 나는 기다리네

비단을 고이 접어놓고 기다리네

온돌을 따뜻하게 준비하고


내 님의 추운 여정

시린 발과 몸을 녹여줄

불을 지피고 있네

조명을 만지고

숯과 먹을 것들을 준비하네


어서 와주길

무사하게 와주길

범이나 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와주길

지문이 닳도록 무릎이 짓이기도록

기도를 드리고 또 드리네


내 숨 같은 사람

당신 숨차는 소리가 들려요

사각사각 가뿐한 발소리

상기된 날 부르는 목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요

버선발로 한걸음에 달려 나가요


당신이군요

바로 당신이오

드디어 당신이 왔네요

눈물 가려 벅차고 앞이 흐릿하오


당신 두 손 맞잡고

차디찬 손을 녹여주고

한 참을 안아주고 있어요

답답하다 해도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어요


이렇게 좋을 수가

세상 부러울 게 없네요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덩실 춤을 추고 싶군요


보고 또 보고

다시 한번 얼굴을 보아요

마주 보고 웃는 꽃이여

이렇게 고울 수가 있나요


진정 내 사람이란 말이요

진정 이 만남이 생시요

주변을 포근히 감싸는

노랗게 빛과 온기, 은혜로운 밤


나는 지금을 평생 간직하고 살겠소

나를 오래오래 기억해주오


지금 함흥 돌담길을 걷네

차가운 아스팔트 위

추억 한 걸음

상상 한 걸음


첫눈, 돌담에 온기가 느껴

추억이 내

추억이 녹아리네

기억과 의식이 있는 한

영원히 행복하기를


함흥 돌담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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