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예요?
#에세이. 엄마의 명절 음식 01
명절 음식 편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강원도가 고향이시다.
20대에 서울로 상경하여 지금은 70대가 되셨으니 50여 년을 넘게 서울에 사셨으나, 어머니의 밥상에는 아직도 이름 모를 고향의 음식들이 올라오곤 한다.
이름 모를 음식이라고 인지 한 것은 내가 결혼을 한 이후였다.
그 전 까지는 엄마의 음식들에 특별히 이름을 붙여 부르지 않아서 일 것이다.
얼마 전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것'을 신랑에게 설명해 주려 했지만, 신랑은 먹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이것' 대해 여러 질문을 하였고, 나는 이런 질문들에 아무런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이것'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 없이 먹기만 했었던 것이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그거 있잖아 명절 때 먹는 거, 콩나물 들어간 거! 그거 이름이 뭐야?"
"어? 이름? 채소... 채소 나물? 그게 이름이 뭐 있어."
그렇다. 정말 뚜렷이 불리는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언니에게도 전화를 걸어 물었지만, 언니의 대답도 시원치 않다.
"글쎄, 그걸 뭐라고 불렀지? 그냥 채소?"
일단 「채소」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것이 무엇이냐 하면, 콩나물과 무를 채 썰어 넣고 삶은 후(끓인 후, 삶았다고 표현해야 할지 끓였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둘 다인 듯싶다.) 차갑게 식혀 먹는 음식이다.
- 이렇게 설명했더니 신랑은 '콩나물 냉국'이라고 했다. 분명 콩나물 냉국과는 다른 음식인데 그것을 반박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
명절이면 엄마가 항상 하는 음식이었는데, 한솥 가득 만들어 베란다 밖에 내어 놓곤 하셨다.
상을 차릴 때면 나에게 커다란 사발을 건네주시며 떠오라고 하셨는데, 나는 항상 건더기 보다 국물을 더 많이 담았었다. 그렇게 담아와도 국물을 좋아하는 큰언니가 콩나물만 남기고 국물을 죄다 먹어버렸기 때문에 국물은 항상 부족했다.
내가 채소국을 떠 오면, 엄마는 그 위에 양념이 된 시금치를 조금씩 얹어 주셨다.
편식이 심했던 어린 시절, 이 채소국의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었고, 국물만 후루룩 마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명절의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개운한 국물 한 사발이 필수처럼 느껴지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이번 설, 오랜만에 집에 방문하여 엄마와 아빠에게 이 음식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수 있었다.
"아빠! 아빠도 이거 알지 뭐라고 불러?"
"나물? 채소?"
역시 정확한 명칭이 없다.
"평상시에도 먹었어? 명절에만 먹었어?"
"평상시에는 안 먹은 거 같은데. 명절에만 먹을 걸"
"나물 해서 제사 올리니깐 명절에만 먹었던 거 같은데"
"제사에 올린다고?" 차가운 국을 제사에 올린다고? 국은 딴 거 올리지 않아?"
(아버지가 막내 셔서 집에서는 제사를 지낼 일이 없고, 큰 집 제사를 다녀온 것도 초등학교 시절뿐이라 제사상에 대한 자세한 기억이 없다.)
"아니, 거기서 콩나물이랑 무를 건져서 꼭 짠 다음에 시금치 얹어서 삼색나물 올리는 거지."
엄마의 설명이 이어졌다.
헉! 처음 들었다. 이제야 의문 속 채소의 정체가 밝혀졌다.
우리 식구들이 정확한 명칭 없이 '채소'라고 부르는 이것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던 '나물'이었던 것이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너무 당연한 음식이라, 내가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보기 전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명절이 되면 엄마는 우리가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들을 차려 명절 분위기를 냈었는데 그중 채소 국은 항상 만들곤 하셨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제사를 지낼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채소'가 삼색나물로 변신하여 제사상에 올라가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채소'의 비밀이 풀렸다.
그런데 다른 지역처럼 나물을 무치지 않고 왜 이렇게 국물을 많이 해서 삶았을까?
"그럼, 국물은?"
"작은 사발에 떠 놓고, 제사 지낼 때 절하고 숟가락에 밥 뜨면 그 국물에 탁탁하고 넣는 거지"
아빠의 설명이다. 다 용도가 있었던 것이다.
"기름진 음식 많이 먹으니깐, 나중에 국물 마시면 개운하잖아. 엄마 어렸을 때는 밖에 놔두면 살얼음 살짝 떠서 엄청 시원했지."
엄마가 설명을 보태 주신다.
"이거 우리 집만 먹어? 다른 집은? 강원도는 다 이거 해서 먹나?
"엄마 동창들도 다 하는 거 같으니깐, 강원도 사람들은 다 먹는 게 아닐까?"
"어떻게 만들어?"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긴 할 텐데, 엄마는 그냥 삶아."
"아 좀, 자세히!"
"무 많이 넣고, 그냥 삶아."
역시 엄마의 레시피를 듣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래도 대략의 만드는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엄마의 채소 국 레시피
콩나물 2 : 채 썬 무 1
육수 없이 맹물 가득 넣고 삶기
소금 살짝 다른 간 없음
시금치, 미역을 간장 참기름 등에 조물조물 무치기
채소를 떠서 먹을 때 시금치 얹어 먹기.
인터넷을 한참을 뒤져 비슷한 음식을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가장 많은 쓰이는 명칭은 '나물국'이었다.
명절이면 떠오르는 엄마의 채소=나물국
기름진 고깃국과 갈비찜 전 등을 먹은 뒤 한 사발 마시면 개운해지는 깔끔 한 맛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정체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번 설에 엄마의 나물국을 한통 가득 담아 신랑에게 가져다주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신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 콩나물 냉국 이잖아!" 이런다.
괜스레 얄미운 죠 입을 톡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