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에는 떡만 들어간다.
#에세이. 엄마의 명절 음식 02
명절 음식 편
나는 처음 떡국을 배달시켜 먹었던 그날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외식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대부분 집밥을 먹었으며, 대학생이 되어서도 다양한 식문화를 접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분식집에 가서도 떡국을 주문해 본 적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점심시간, 직원들과 함께 분식집 전단지 속의 떡국을 주문했다.(1999년도쯤 일이다.) 그리고 도착한 떡국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난 떡국을 시켰다.
떡이 들은 떡국이 왔다.
떡만 들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떡국에 떡만 있는 것을 이상하다고 여기는 게 정말 나 혼자 뿐이란 말인가!
사실 난 만두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왜 떡국을 시켰냐고?
우리가 흔히 설날에 먹는 떡국은 당연히 만두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아니, 원래 '떡국'이라 함은 떡, 만두, 국수가 모두 들어간 것이 아니었던가!
만두는 그럴 수 있는데, 국수는 또 뭐냐고?
20여 년 동안 집에서만 먹어왔던 떡국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떡+만두+국수가 모두 들어간 음식이었다.
명절이 아니라면 만두는 없더라도 국수는 당연히 들어가 있었다.
명절 엄마의 떡국은 커다란 고기를 오랜 시간 끊여낸 육수에, 우리 세 자매가 모여 앉아 열심히 빚은 못생긴 큼직한 만두와 떡을 넣고 마지막에 국수를 넣은 후, 그 위에 삶아낸 고기를 큼직큼직 찢어 올리고 파와 고추를 넣으면 완성이었다. 빚어 놓은 만두가 없을 때 아빠가 떡국이 먹고 싶다 하시면, 엄마는 멸치 육수를 내어 떡과 칼국수 면을 넣고 끓여 주곤 하셨다.
내가 먹어본 떡국은 이것뿐이었으니, 떡만 들은 떡국이 나에게는 얼마나 충격이었겠는가!
엄마에게 물으니, 대수롭지 않은 듯
"너네 아빠네 국수 없으면 큰일 나"
하신다. 아빠의 취향이었던 것인가?
"그럼 엄마네는?"
"우리도 국수 들어가지. 강원도는 다 그렇게 먹어."
"옛날에 먹을 거 많이 없고, 식구는 많으니깐, 국수를 꼭 넣었던 거 같아."
아하! 강원도식이구나!
이때의 에피소드를 신랑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빠, 떡국에 떡만 있었어!"
"그게 왜?"
"만두는! 만두~~~"
"그럼 떡 만둣국을 시켰어야지."
"국수는 없잖아."
"국수? 그럼 떡 칼국수?"
"아니, 떡이랑, 만두랑 국수랑!"
"그럼, 칼 만둣국인가?"
"거기에는 떡이 안 들어가잖아!"
"아, 몰라. 셋다 들어가는 건 없어!"
왜! 없냔 말인가! 엄마의 떡국에는 떡+만두+국수가 모두 들어간다고!!
인터넷 레시피를 검색해 본다
떡국
떡만둣국
떡 칼국수
칼 만둣국
정녕 없는 것인가! 떡과 만두와 국수가 모두 들어간 음식은!
어느 저녁 국수가 들어간 떡국을 보며 신랑은 이렇게 말했다.
"떡국 끓인다더니, 웬 칼국수야?"
신랑에게 맞춰 국수 없는 떡만둣국을 끓이는 요즘, 엄마의 떡국이 더욱 생각난다.
다음에는 엄마에게 떡국 레시피를 물어봐야겠다.
엄마의 떡국
#명절 버전
소고기 살코기 푹 삶은 고기육수
떡, 칼국수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만두 넣기
(명절 만두를 빚어 한번 쪄서 보관했다.)
계란 고명은 특별한 날만
(계란은 풀어 넣지 않는다.)
파 송송, 김가루 조금
#일상 버전
멸치육수
떡, 칼국수 넣고 삶기
파 송송, 김가루 조금
▶ 사진은 엄마의 레시피와는 다른, 내가 만든 떡국이다.